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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리빌딩,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 되는 첫걸음 될까?
순천시 ‘원도심 리빌딩 프로젝트’…행정이 정하는 도시에서 시민이 함께 만드는 도시로
기사입력: 2026/09/28 [09:20]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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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순천시 원도시 리빌딩 프로젝트 현장


순천시가 원도심을 시민의 문화생활과 경제활동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되살리기 위한 ‘원도심 리빌딩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빈 점포를 채우거나 새로운 시설을 조성하는 데 있지 않다. 순천시는 행정이 사업을 정하고 시민이 이를 받아들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과 청년, 상인, 전문가 등이 원도심에 필요한 기능과 콘텐츠를 함께 찾는 참여형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도심 활성화는 지방자치단체의 오랜 과제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가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각종 시설을 조성하고 축제와 행사를 개최하거나 개별 점포를 지원해 왔다. 그러나 행정이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만으로는 주민의 일상과 지역경제를 지속적으로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순천시 역시 그동안 추진해 온 행사와 개별 점포 지원 중심의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도심에 남아 있는 공간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시민과 함께 찾아간다는 방침이다.

 

순천시가 제시한 로드맵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주민과 청년, 상권 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원도심 활성화 TF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원도심에 실제로 필요한 기능과 콘텐츠를 찾는다.

 

2027년부터 2028년까지는 전문기관 용역과 공론화 등을 통해 장기 방치 건축물과 유휴공간의 현황을 파악하고 공간별 활용 가능성과 지역 수요를 반영한 실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어 2029년부터 2030년까지는 앞선 논의와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행정절차와 구체적인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업의 이름이 ‘개발’이나 ‘조성’이 아닌 ‘리빌딩’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건물을 짓고 기존 공간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도시의 문제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묻겠다는 접근이다.

 

구체적인 사업 가운데 하나가 빈 점포를 활용한 ‘실험점포’다. 순천시는 내년 원도심 실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중앙동의 빈 점포를 전수조사하고 원도심의 공간 정보를 체계화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입지와 활용 가능성이 높은 일부 공실에는 청년과 예비창업자 등이 직접 점포를 운영해 보는 실험점포를 추진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빈 점포에 새로운 점포를 입점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능이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다시 원도심을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시민과 행정이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시청 각 부서도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원도심 공실을 발굴해 문화·복지·청년·관광·교육 등 다양한 정책과 연결할 계획이다. 행정이 먼저 빈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민간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투자를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원도심 활성화 자체를 넘어 지방자치의 방식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는 시민이 지방정부의 대표자를 선출하고 대표자가 시민을 대신해 정책을 결정하는 대의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대표자가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시민의 의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원도심과 같은 생활 현장의 문제는 행정기관이나 전문가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기 어렵다. 어느 골목에 사람이 줄어들었는지, 어떤 공간이 비어 있는지, 사람들이 왜 떠났는지, 무엇이 들어오면 다시 사람들이 찾아올지는 실제 그곳에서 생활하고 장사하고 활동하는 시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정책의 출발점 역시 행정의 판단만이 아니라 시민의 경험과 요구가 될 필요가 있다. 순천시의 이번 프로젝트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행정이 완성된 사업을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먼저 원도심의 문제를 묻고, 시민의 의견을 정책 설계 과정에 반영한다면 이는 작은 생활정책에서부터 시민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는 하나의 실험이 될 수 있다.

 

순천시의 기존 도시기본계획 역시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주도형 계획 수립’을 계획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시민이 도시를 만들어가는 소통·복지·안전 중심 도시를 도시의 미래상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시민참여가 실질적인 주민주권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과제가 남는다. ‘누가 시민을 대표해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다.

 

행정이 시민참여위원이나 TF 참여자를 직접 선정한다면 참여의 외형은 갖출 수 있지만, 시민이 스스로 참여자를 선택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행정이 시민을 선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자를 추천하거나 선출하고, 참여 과정과 회의 내용, 제안과 결정 과정 등을 시민에게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한 일정한 의제를 정한 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자를 선정하고, 참여자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필요하다면 무작위 추첨과 공개모집을 결합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전문가와 행정의 설명을 듣고 토론한 뒤 구체적인 정책안을 제시하도록 한다면 단순한 자문기구를 넘어 시민 숙의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거창한 정치제도 개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빈 점포 하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쇠퇴한 골목에 어떤 기능을 넣을 것인지, 시민들이 원하는 공간은 무엇인지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사업은 임기와 함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쉽다. 그 결과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대규모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 눈에 띄는 성과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변화가 반드시 새로운 시설의 숫자로 측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문제를 직접 논의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결과가 실제 행정에 반영되는 경험을 갖는 것 역시 지방자치의 중요한 성과가 될 수 있다.

 

원도심의 빈 점포 하나를 시민들이 직접 논의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면 그 공간 자체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시민이 도시의 변화에 참여했다’는 민주적 경험도 남게 된다.

 

순천시의 ‘원도심 리빌딩 프로젝트’가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단순한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넘어 지방자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정책 실험이 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원도심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원도심의 미래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행정이 시민을 위해 좋은 정책을 만들어 주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시민이 행정과 함께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지방자치가 지향해야 할 시민주권의 한 모습일 수 있다.

 

손훈모 시장은 “원도심의 경쟁력은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단순한 점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남아있는 공간을 어떻게 다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비어 있는 공간의 가능성을 하나씩 되살리고, 다시 찾고 머물고 싶은 원도심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원도심의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단순히 상점 하나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의 출발점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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