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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송장에 내 이름·전화번호가 그대로”…개인정보 보호, 마스킹만으로 충분한가
정일영 의원 “마스킹 시스템과 실제 보호는 별개”…QR·안심번호 활용한 ‘비노출 배송’ 시스템 도입 검토해야
기사입력: 2026/09/24 [09:49]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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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택배상자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가리고 있다.


택배가 일상화되면서 공동주택 현관과 복도, 무인택배함 주변 등에 놓인 운송장을 통해 수취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노출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택배 운송장이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 일정 시간 방치되는 특성상 단순한 개인정보 노출을 넘어 스토킹이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보다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실제 택배 운송장을 확인한 결과, 개인정보 마스킹 시스템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된 일부 택배사의 운송장에서도 수하인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그대로 노출된 사례가 확인됐다.

 

국토부가 제출한 ‘택배사업자별 운송장 개인정보 마스킹 적용 현황 및 점검 결과’에 따르면 확인이 완료된 19개 사업자 가운데 B2B 전문업체 3곳을 제외한 16개 택배사업자가 운송장 시스템에 개인정보 마스킹 규칙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실제 운송장을 확인한 결과 A사·B사·C사의 일부 운송장에서 수하인의 이름이나 연락처가 마스킹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A사와 B사는 국토부가 마스킹 시스템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한 업체였다.

 

해당 업체들은 일부 고객사가 운송장을 출력하는 과정에서 마스킹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으며, 확인 이후 이름과 연락처가 기본적으로 마스킹되도록 설정을 변경하는 등 개선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택배 운송장 개인정보 보호가 여전히 ‘가림’이라는 방식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국토교통부도 2025년 국토부에 등록된 19개 택배서비스사업자와 우정사업본부, 주요 운송장 출력 솔루션 업체 등을 점검한 결과, 개인정보 마스킹 자체는 이뤄지고 있었지만 택배사별로 마스킹 위치와 방식이 달라 개인정보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은 택배 운송장의 개인정보 마스킹 규칙을 통일하고 적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현재 마련된 기준은 수하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일정 부분 가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름이나 전화번호 일부가 남아 있는 이상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택배사별로 마스킹 방식이 다를 경우 여러 운송장의 정보를 조합해 수취인의 이름이나 연락처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욱 현실적인 문제는 택배를 받은 뒤에도 남는다. 많은 시민들은 택배상자를 종량제봉투나 재활용품으로 배출하기 전에 운송장을 떼어내거나 개인정보가 적힌 부분을 찢어 버리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택배상자에 붙은 이름과 전화번호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로 버려질 경우 누군가 이를 의도적으로 수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정보 보호의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맡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필요한 것은 개인정보를 ‘잘 가리는 것’을 넘어 배송 과정에서부터 수취인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QR코드를 활용한 배송정보 확인 시스템을 검토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택배 운송장에는 수취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대신 고유한 QR코드를 표시하고, 수취인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한 뒤 본인의 전화번호 등 최소한의 인증정보를 입력하면 자신의 배송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공동주택 복도에 택배가 놓여 있더라도 외부인이 운송장만 보고 수취인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QR코드에는 개인정보 자체를 저장하기보다는 서버에 저장된 배송정보와 연결되는 일회성 또는 제한된 식별값만 담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수취인이 QR코드를 스캔하고 본인 인증을 거쳤을 때만 배송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 운송장 자체가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통로가 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오배송 문제에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수취인이 아닌 사람이 QR코드를 스캔한 뒤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수취인 정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를 표시하고, 배송기사나 택배사에는 오배송 가능성을 알리는 방식이다. 반대로 정상적인 수취인이 인증하면 배송정보와 함께 필요한 경우 배송기사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락 기능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접근성, 고령자나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사람에 대한 대체수단, 시스템 구축 비용, 오배송과 반품 과정에서의 예외 처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따라서 QR 방식 하나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현재의 마스킹 제도를 기본으로 하면서 안심번호와 비대면 인증, QR 기반 배송정보 확인 등을 단계적으로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본값’을 바꾸는 것이다. 현재처럼 개인정보 마스킹 여부가 택배사나 고객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개인정보 보호에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택배 운송장의 마스킹 규칙을 통일하고 적용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정일영 의원은 “마스킹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과 국민의 개인정보가 실제로 보호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국토부가 시스템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송장 출력 단계에서 마스킹이 이뤄지는지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 송장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개인정보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 여부가 업체나 고객사의 선택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며 “마스킹 기본 적용과 안심번호 활용 확대 등 실제 개인정보 노출을 차단할 수 있는 실효적인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택배는 이제 특정한 사람만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가 됐다. 그만큼 택배 운송장에 남겨지는 개인정보 역시 개인이 알아서 관리해야 하는 사소한 정보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운송장을 떼어내 버리는 시민의 주의만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택배업계가 개인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가리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처음부터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정보가 전달되는 ‘개인정보 비노출 배송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택배 한 상자에 붙어 있는 작은 운송장이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종이 한 장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름과 전화번호, 생활권을 알아낼 수 있는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 이제는 택배가 편리하게 도착하는 것뿐 아니라, 개인정보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배송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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