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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군이 새로 채용한 시니어의사(왼쪽)와 김태성 군수(오른쪽)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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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이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월 3,300만원의 보수를 제시하며 어렵게 확보한 시니어 의사와 김태성 군수가 만나 지역 의료 현안을 논의했다.
신안군은 지난 18일 군수실에서 김태성 군수와 2026년 신안군 시니어 의사, 관계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의료 현안을 공유하고 의료서비스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히 새로 채용된 의사를 격려하는 자리를 넘어, 의료취약지역인 신안군의 의료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 특성상 의료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지난해 21명에서 올해 15명으로 28.6% 감소하면서 관내 16개 보건지소 가운데 절반인 8곳에 의사가 배치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일부 지역은 한 명의 공중보건의가 여러 보건지소를 순회하며 진료하는 방식으로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다.
신안군이 시니어 의사 채용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의료 현실 때문이다. 군은 지난해와 올해 여러 차례 시니어 의사를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보수를 주 5일 근무 기준 세전 월 3,300만원으로 대폭 높였고, 이번 공모에는 6명이 지원했다. 최종적으로 1명이 선발됐으며, 해당 의사는 오는 10월부터 1년간 근무할 예정이다.
채용된 시니어 의사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순회하며 일반진료와 예방접종 예진, 제증명 진단 등을 담당하고, 의과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되지 않은 보건기관을 대상으로 비대면·원격협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채용은 신안군과 시니어 의사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신안군은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시니어 의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지역사회에서 다시 활용할 기회를 얻는다. 단순히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것을 넘어 숙련된 의료인력을 의료취약지역에 연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역의료 인력 활용 모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렵게 확보한 시니어 의사의 역할을 순회진료에만 한정한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신안군이 이번 채용을 계기로 고민해야 할 것은 ‘의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확보한 의사의 경험과 전문성을 어떻게 지역 의료정책에 반영할 것인가’다.
섬 지역의 의료 현실은 행정기관의 책상에서 파악하는 것과 의료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만나는 의사가 느끼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섬에서 어떤 질환의 진료 수요가 많은지, 환자들이 어떤 이유로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지, 보건지소 순회진료의 한계가 무엇인지,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떤 단계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지 등은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가장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에 채용한 시니어 의사가 단순히 보건소 산하의 진료 인력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의료정책을 제안하고 평가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신안군 보건의료정책을 담당하는 협의체에 당연직 또는 전문위원 형태로 참여하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군수와 직접 의료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건소장과 함께 지역 의료정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행정적 위상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체계와 관련 법령, 직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반드시 보건소장과 동일한 직급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적어도 의료현장의 전문적인 판단이 행정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신안군처럼 섬이 많은 지역에서는 의료정책을 획일적으로 설계하기 어렵다. 육지의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과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 이동해야 하는 주민의 의료 접근성은 전혀 다르다. 단순한 의료기관 숫자뿐 아니라 배편, 기상조건, 응급이송 시간,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이동 능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신안군의 의료정책은 ‘몇 명의 의사를 확보했는가’라는 인력 숫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의사가 없는 보건지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순회진료와 원격협진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응급환자 발생 시 육지 병원까지 어떻게 신속하게 연결할 것인지,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에 신안군이 채용한 시니어 의사는 이러한 정책을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태성 군수도 이번 만남에서 시니어 의사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 의료현장에 접목해 의료공백을 줄이고 군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신안군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을 계기로 시니어 의사의 전문성과 지역 의료현장의 경험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만남 이후의 제도다. 한 달에 3,3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확보한 의사를 단순히 부족한 진료 인력을 메우는 ‘대체 의사’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신안군이 축적하지 못했던 전문적인 지역의료 경험을 행정에 축적하는 ‘의료정책 자산’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이번 사업의 성과는 달라질 수 있다.
시니어 의사 한 명이 신안군의 모든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한 명의 경험을 행정이 제대로 활용한다면 신안군의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 신안군의 이번 시니어 의사 채용이 단순한 ‘의사 한 명 확보’에 머물지 않고, 의료현장의 전문성이 지역 의료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섬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의 숫자만이 아니다. 섬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주민에게 어떤 의료서비스가 필요한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아는 의료인의 목소리가 행정의 결정 과정에 들어가는 것 역시 중요한 의료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