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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이 의원, 산단 중대사고, 올해 8월에만 22건…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고 건수를 넘어
법보다 먼저 몸에 밴 안전습관이 사고를 막는다…처벌과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사입력: 2026/09/17 [23:35]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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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김원이 의원 의정활동 모습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중대사고가 올해 8월까지 이미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고 건수를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산단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단공이 관리하는 67개 산업단지에서 모두 141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26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쳤으며 재산피해액도 1,291억9,800만 원에 이른다. 올해는 8월까지 22건의 사고가 발생해 지난해 연간 사고 건수 21건을 이미 넘어섰고, 사망자도 18명에 달했다.

 

사고 유형을 보면 더욱 주목할 부분이 있다. 화재가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끼임 26건, 깔림 21건, 떨어짐 17건, 폭발 1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위험요인들이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김원이 의원은 사고 다발 산업단지와 고위험 업종을 집중 관리하고 사고 유형에 맞는 예방시설과 안전장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별 특성을 반영한 촘촘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필요한 지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는 법과 제도를 강화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정부 역시 법의 목적이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기업이 사전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법 적용 대상과 산단공의 사고 집계 기준이 다르고, 산업현장의 사고에는 작업환경, 설비, 인력, 작업방식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안전관리 체계가 현장 노동자의 행동을 실제로 바꾸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필자 역시 대규모 제조업 현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안전사고와 안전관리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바 있다.

 

현장에서 느낀 것은 안전은 교육자료나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수칙을 한 번 읽는 것과 실제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전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진정한 안전은 작업자가 위험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할 때 시작된다. 기계를 작동하기 전에 주변을 살피고, 작업물을 옮기기 전에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작업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위험한 작업을 발견했을 때 ‘누군가가 알아서 하겠지’가 아니라 즉시 작업을 멈추고 동료에게 알리는 것.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습관이 될 때 안전은 비로소 현장에 자리 잡는다. 결국 안전의 최종적인 방어선은 법률도, 안전관리자도, 게시판에 붙은 안전수칙도 아니다. 위험한 순간에 작업자의 몸이 먼저 움직이는 습관이다.

 

그렇다면 정책의 방향도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산업안전 정책은 법적 의무와 처벌, 안전교육, 점검과 감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제도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작업자 스스로 안전한 행동을 선택하고 그것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안전 인센티브’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만을 평가하는 방식은 조심해야 한다. 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반드시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사고를 보고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찾아 신고하거나 개선한 노동자와 팀, 안전수칙을 생활화한 조직, 동료의 위험행동을 발견하고 개선한 사례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현장의 위험요인을 찾아 개선안을 제시하고 실제 개선으로 이어졌다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작업장을 무조건 포상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안전 개선 제안, 위험요인 발굴, 작업 전 안전확인, 동료 간 안전점검, 아차사고(near miss) 보고 등을 적극적으로 한 노동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아차사고’를 숨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아니다. 사고 직전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아차사고를 보고한 노동자를 질책하기보다 오히려 위험을 발견한 사람으로 인정해야 한다. ‘사고가 없었다’는 결과보다 ‘사고가 날 뻔한 위험을 찾아냈다’는 행동을 평가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산업단지 관리기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산단공은 사고가 많이 발생한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안전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기업 역시 안전을 비용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생산성과 함께 관리해야 할 중요한 경영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작업중단과 생산차질, 인명피해와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원이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사고 다발 산단과 고위험 업종에 대한 집중관리는 필요하다. 특히 대불산단의 경우 최근 5년간 중대사고 10건 가운데 7건이 2025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해당 지역과 업종에 대한 원인 분석과 예방대책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안전을 감독기관의 몫으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매일 기계를 만지고 생산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위험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의 주체를 경영자와 안전관리자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현장 노동자까지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산업현장의 안전은 ‘법을 지키느냐’의 문제에서 ‘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가’의 문제로 발전해야 한다. 법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 최소한의 장치다. 안전관리체계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안전습관은 그 시스템을 실제 현장에서 작동시키는 사람의 행동이다.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전하게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고 보상받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위험을 발견한 사람이 칭찬받고, 위험을 신고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동료의 안전을 챙기는 행동이 조직에서 인정받는다면 안전은 구호에서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사고가 나면 처벌받는 현장’만이 아니다. ‘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된 현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번 통계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많은 법과 더 강한 처벌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작업자의 몸에 안전이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법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동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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