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들이 캠퍼스 밖에 보유한 교육용 토지 10곳 가운데 9곳 이상이 임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보유한 교육용 토지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산림이라는 뜻이다.
그 많은 산림이 과연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립대 21개교, 사립대 140개교, 사립 전문대 85개교가 캠퍼스 밖에 보유한 교육용 토지는 모두 2만151ha에 달했다. 여의도 면적의 69.5배에 이르는 규모다.
그런데 이 가운데 임야가 1만8,574.3ha로 전체의 92.2%를 차지했다. 축구장으로 환산하면 2만6,014개에 해당한다. 반면 지목이 ‘학교용지’인 토지는 348.5ha,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물론 임야라고 해서 모두 쓸모없는 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학이 보유한 산림에는 학술림과 연습림처럼 교육과 연구에 실제 활용되는 공간도 있다.
문제는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임야에서 수업이나 실습 등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실적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실제 활용 상태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이 교육을 위해 보유한 토지라면 질문은 간단하다. 그 땅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학생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그리고 지역사회에는 어떤 가치가 돌아가고 있는가?
해외 대학의 사례는 우리에게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 오리건주립대(Oregon State University)는 대학이 보유한 연구림을 단순히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림을 학생과 연구자가 직접 현장에서 배우는 ‘살아 있는 연구실’이자 야외 교실로 활용한다. 산림생태계와 산림경영을 연구하고, 생물다양성·탄소흡수·산림건강 등을 연구하는 동시에 지역사회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운영한다. 산림경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연구림의 재정적 자립에도 활용하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 역시 산림과 습지를 단순한 보유 자산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학이 보유하거나 협력하는 산림·습지를 학생과 연구자들이 장기간 관찰하고 연구하는 ‘living laboratory’로 활용하고 있으며, 환경 모니터링과 산림 조성, 습지 복원, 지역사회 참여까지 연결하고 있다.
물론 한국 대학과 해외 대학의 토지 보유 및 법·제도 환경이 같지는 않다. 따라서 해외 대학의 사례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차이는 있다. 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 땅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대학의 문제는 산림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많은 산림을 교육과 연구, 환경보전, 산학협력과 지역사회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관리가 충분한지 묻는 데 있다.
더욱이 별도로 사립대 130개교가 캠퍼스에서 20㎞ 이상 떨어진 곳에 보유한 토지도 6,609.5ha에 달했다. 경희대가 1,387.2ha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1,254.7ha, 동국대 758.2ha, 연세대 537ha, 성균관대 254.1ha 순이었다. 상위 5개 대학이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규제도 문제다. 교육부에 개발제한구역 등 규제 현황으로 보고된 토지는 45개교, 3,333.9ha였다. 국립대 8곳이 2,447.5ha, 사립대·대학원대학 23곳이 719.9ha, 전문대 14곳이 166.5ha였다. 대학이 보유한 토지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대학의 경쟁력을 말할 수 없다. 토지가 교육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그 땅이 교육과 연구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한편 사립대학 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토지도 상당한 규모다. 2025년 사립대학법인 259곳이 보유한 수익용 토지는 2만3,020.9ha였으며 평가액은 9조609억원에 달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면적은 1.7% 감소했지만 평가액은 2조8,453억원, 45.8% 증가했다.
법인별 평가액은 건국대 1조1,712억원, 연세대 6,881억원, 한림대(일송학원) 6,763억원, 단국대 4,404억원, 한양대(한양학원) 2,552억원 순이었다. 특히 지목이 ‘대(垈)’인 토지는 전체 면적의 0.8%에 불과했지만 평가액에서는 65.1%를 차지했다.
이 숫자들은 우리에게 단순한 부동산 통계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대학의 토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학은 인재를 길러내고 지식을 생산하는 공공적 기관이다. 그렇다면 대학이 보유한 토지 역시 단순한 자산 목록으로 관리할 것이 아니라 교육·연구라는 본래 목적과 사회적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산림이라면 산림과학·환경·기후·생태·농업·관광·지역개발 연구의 현장이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교실 밖의 실험실이 될 수 있고, 지역사회에는 생태교육과 휴식, 시민과학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보전이 중요한 시대라면 대학이 가진 산림은 오히려 새로운 대학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어디에 어떤 땅을 가지고 있는지뿐만 아니라,
그 땅이 현재 무엇에 사용되고 있는지? 교육·연구에 실제 활용되고 있는지?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지? 개발제한구역 등 어떤 규제를 받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교육·연구·산학협력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한병도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교육·연구에 사용되는 토지와 장기 미활용 토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해법이 무조건적인 개발이나 매각이어서는 안 된다. 해외 대학의 연구림 사례가 보여주듯 대학의 산림은 개발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연구와 교육, 환경보전, 지역사회 참여를 결합하면 산림 자체가 대학의 연구시설이자 교육시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땅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서 ‘그 땅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로 대학 토지정책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대학이 가진 산은 부동산 장부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학생과 연구자가 미래를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산림 1만8,574ha. 축구장 2만6,014개에 해당하는 이 거대한 땅이 단순히 대학의 자산 목록 속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교육의 숲인가, 아니면 잠자는 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