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 홀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안부를 살피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가족과 이웃 간의 관계가 약해지면서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위험에 놓인 주민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촘촘한 복지안전망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흥군이 추진하고 있는 ‘안부살핌 우편서비스’가 농촌지역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새로운 민관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장흥군은 사회적 고립가구의 안부를 확인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에 2년 연속 선정돼 올해도 4월부터 12월까지 ‘안부살핌 우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대상은 공적 돌봄서비스를 받지 않는 중장년층 1인 가구와 고립청년, 중증장애인 등 고독사 위험군 150가구다.
무엇보다 이 사업의 특징은 우체국 집배원이 직접 주민들의 생활 현장을 찾아간다는 데 있다. 집배원은 매월 두 차례 대상 가구를 방문해 생필품 꾸러미를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확인한다.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방문 과정에서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을 살피고 평소와 다른 위기 징후나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장흥군에 이를 전달한다. 행정기관이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어려운 가구를 지역 주민들과 가까이 접촉하는 집배원이 살피면서 복지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이 사업을 통해 모두 53건의 복지서비스가 연계·지원됐다. 특히 정기적인 방문이 단순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넘어 실제 위기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생명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한 집배원은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대상자의 집을 방문했다가 집 안에 쓰러져 있던 어르신을 발견했다. 신속하게 응급조치가 이뤄지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해당 집배원은 위기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인명사고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사례는 농촌지역에서 ‘정기적인 안부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홀로 사는 주민에게 한 달에 두 번 찾아오는 집배원은 단순히 우편물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확인하고 위기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역사회의 눈과 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지역은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고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 살거나 이웃 간 교류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본인이 위기상황에 처하더라도 이를 알아차릴 사람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복지 대상자를 기다리는 행정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망 속에서 위험 신호를 먼저 발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장흥군의 안부살핌 우편서비스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의 복지행정과 우체국이라는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연결함으로써 별도의 거창한 시설이나 조직을 새로 만들지 않고도 지역사회 곳곳에 사람을 통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흥군은 앞으로도 단순한 생필품 전달을 넘어 정기적인 방문과 안부 확인을 통해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결하는 민관 협력형 복지안전망으로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순문 장흥군수는 “정기적인 방문과 작은 관심이 홀로 지내는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세심하게 살피고, 누구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따뜻한 장흥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농촌에서 복지의 출발점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어쩌면 ‘오늘 그 사람이 무사한가’를 확인하는 작은 관심일 수 있다. 우편물을 전달하는 길에 건네는 짧은 안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고립을 막는 연결고리가 되고, 때로는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마지막 안전망이 될 수도 있다.
장흥군의 안부살핌 우편서비스가 단순한 복지사업을 넘어, 사람이 줄어드는 농촌에서 사람과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따뜻한 지역공동체의 모델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