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가 지난 7년간 구축해 온 직류전력망 연구·실증 기반을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대하며 ‘에너지특화도시 나주’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주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전북특별자치도, 충청남도가 공동 추진하고 나주시가 참여한 ‘스마트농업 광역연계형 규제자유특구’가 지난 1일 제19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신규 지정됐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특구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33억 원이 투입되며, 나주에서는 기존에 구축한 MVDC(중압직류) 전력망과 직류 핵심기기 실증 기반을 LVDC(저압직류) 배전망과 실제 농업 현장까지 확대한다.
전기의 역사를 보면 직류는 결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1882년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를 이용한 상업용 전력 공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직류의 전압을 자유롭게 높이고 낮출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반면 교류는 변압기를 이용해 전압을 쉽게 바꿀 수 있었다. 발전소에서 높은 전압으로 전기를 보내고 필요한 곳에서 낮은 전압으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장거리 송전에 유리한 교류가 전력망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전력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직류의 전압을 효율적으로 변환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태양광·배터리·전기차·전기농기계·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의 상당수가 직류를 생산하거나 저장하고 사용한다는 점에서 직류전력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직류를 생산하고 배터리도 직류로 전기를 저장한다. 전기차와 전기농기계 역시 배터리의 직류전력을 사용한다. 따라서 직류를 생산한 뒤 교류로 바꾸고, 다시 소비 단계에서 직류로 바꾸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면 전력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설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특히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서도 HVDC(초고압직류송전)가 활용되는 등 직류는 더 이상 ‘장거리 송전에 불리한 옛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나주시의 이번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주는 그동안 MVDC(±35㎸) 실증 인프라를 비롯해 컨버터·인버터 등 직류 핵심기기 개발과 시험·인증 기반을 구축해 왔다. 이번 특구를 통해 이를 실제 농업 현장으로 확대해 태양광 발전→직류전력 공급→전기농기계 충전→자율농기계 작업으로 이어지는 스마트농업 시스템을 실증한다.
전남광주의 직류배전 기술과 충남의 전기농기계 충전 기술, 전북의 무인 자율농기계 기술을 연계해 직류전력망이 실제 농촌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농업 실증사업을 넘어 직류기술의 개발에서 실증, 시험·인증, 현장 적용, 제품 판매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주의 구상은 농업에 머물지 않는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성장할수록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공급에 대한 수요도 커진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공공기관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관련 기업과 연구·실증 기반이 집적된 나주에는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산업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AI·반도체·핵융합 등 첨단산업과 나주의 에너지기술을 연결한다면 ‘에너지 생산도시’를 넘어 미래 전력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산업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나주시의 구상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이번 특구 지정은 지난 7년간 나주가 축적해 온 직류산업의 기술과 인프라가 실제 산업 현장과 시장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기업이 나주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과 인증을 거쳐 사업과 투자, 시장 진출까지 이어갈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광주의 첨단산업과 에너지산업이 서로의 수요와 기술을 연결해 함께 성장한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선도하는 에너지특화도시 나주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디슨 시대에는 기술적 한계로 교류에 밀렸던 직류가 이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은 전기를 만들고, 배터리는 저장하며, 전기차와 AI·디지털산업은 전기를 소비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직류가 있다.
나주가 추진하는 직류전력망 사업은 바로 이 변화에 대응해 직류기술을 연구실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산업과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도전이다. ‘에너지특화도시 나주’가 미래 전력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