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신안군이 청렴도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핵심은 군민이 직접 행정을 감시하는 '청렴군민감사관' 제도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감사관을 위촉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감사관의 전문성과 군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안군은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5등급을 받은 데 이어 2024년에는 3등급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2025년 외부청렴체감도는 다시 4등급에 머물렀다.
특히 공사·용역 계약, 보조금 지원, 인허가 처리 등 군민과 기업이 직접 체감하는 대민행정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행정 신뢰도 회복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군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종합청렴도 평가체계에 맞춰 부패 취약분야를 집중 개선하기 위한 4대 전략으로 추진된다. 주요 대책은 부패취약분야 내부통제 강화, 기관장 청렴 리더십 강화, 외부청렴도 향상, 청렴문화 확산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청렴협의체 운영, 고위공직자 청렴교육, 내부 익명신고시스템 운영, 청렴 챌린지와 함께 군민이 직접 참여하는 '청렴군민감사관' 제도를 본격 운영한다.
청렴군민감사관은 군민과 분야별 전문가 등 15명 이내로 구성돼 생활 속 불편사항과 부패행위 제보, 제도개선 건의 등을 군정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태성 신안군수는 "청렴을 군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아 군민이 체감하는 투명한 행정을 실현하고 종합청렴도 1등급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렴군민감사관 제도가 형식적인 기구에 머물 경우 청렴도 향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성이 곧 제도의 신뢰
국내에서 운영되는 시민감사관 제도를 보면 성공 여부는 감사관의 전문성에 크게 좌우됐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변호사, 회계사, 건축·토목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시민감사관으로 위촉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민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사 현장 참여와 제도개선 권고, 특정 사업의 절차 검증까지 수행하면서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회의 참석 위주의 운영에 그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민감사관 제도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감사 결과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안군 역시 감사관 구성 과정에서 지역 안배보다 회계·계약·건설·복지·환경·법률 등 분야별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군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다른 핵심은 접근성이다. 감사관이 존재하더라도 군민들이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제보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행정 전문가들은 홈페이지 신고창구뿐 아니라 모바일 신고, 읍·면 순회 상담, 익명 제보 시스템, 정기적인 주민 간담회 등을 함께 운영해야 실제 군민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신안군은 도서 지역이 많은 지리적 특성을 가진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신고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해외는 독립성과 공개성으로 신뢰 확보
홍콩의 염정공서(ICAC)는 독립적인 반부패기구로 수사뿐 아니라 예방과 시민교육을 함께 추진하면서 세계적으로 높은 청렴도를 유지하는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PIB) 역시 정치적 독립성을 바탕으로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부패행위를 엄정하게 조사하며 국민 신뢰를 얻고 있다.
이들 기관은 단순한 신고 접수에 머무르지 않고 처리 결과를 공개하고 제도 개선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렴도가 높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감사관의 의견이 실제 감사계획과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결과를 공개하고, 개선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권한
결국 청렴군민감사관 제도의 성패는 '몇 명을 위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감사관이 제기한 문제를 집행부가 성실히 검토하고, 개선 결과를 군민에게 공개하며, 반복되는 부패 취약분야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군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안군이 청렴도 하위권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 평가 등급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청렴군민감사관이 행정의 '거울'이자 군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문성과 독립성, 접근성을 함께 갖춘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