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출자하는 모태펀드가 투자기업의 성장과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왔지만, 청산된 투자기업의 절반 이상이 투자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별 수익률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면서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지역별 투자 성과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태펀드가 출범한 2005년부터 2026년 5월까지 청산이 완료된 자펀드는 모두 352개로 나타났다.
이들 자펀드는 3,541개 기업에 총 10조5,476억 원을 투자했으며, 회수금액은 17조681억 원으로 전체 수익률은 1.62배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청산 자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을 8.0%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투자기업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랐다. 전체 투자기업 3,541개 가운데 1,817개사, 51.3%는 회수금액이 투자금액에 미치지 못해 수익률이 1.0배에도 못 미쳤다. 투자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한 기업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전액 손실을 기록한 기업도 168개사로 전체의 4.7%에 달했다. 회수금액이 1만원 이하인 기업은 442개사(12.5%), 100만원 이하인 기업은 490개사(13.8%)로 집계됐다. 다만 모태펀드의 투자 목적을 일반적인 민간 벤처투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권향엽 의원은 “모태펀드의 목적 자체가 ‘투자 수익률’보다는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 있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잘못된 투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펀드는 민간자본만으로는 투자하기 어려운 초기 기업이나 기술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해 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투자에서 일정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정책 실패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정하고 투자했으며, 투자 이후 성과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충분한가라는 점이다.
특히 전액 손실이나 사실상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한 사례가 상당수 발생한 만큼 단순히 전체 펀드의 평균 수익률만으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보다 투자기업의 업종과 성장 단계, 투자 시점, 지역, 투자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산 자펀드의 투자기업 3,541개사 가운데 수도권 기업은 2,687개사로 전체의 75.9%를 차지했다. 투자금액 역시 전체 10조5,476억 원 가운데 7조4,302억 원, 70.4%가 수도권 기업에 집중됐다.
지역별 수익률은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제주 지역은 10개 기업에 342억 원을 투자해 1,345억 원을 회수하면서 3.93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전은 2.18배, 강원은 1.89배, 경기는 1.87배로 나타났다. 반면 전남광주의 수익률은 0.99배로 나타나 지역별 투자 성과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단순히 어느 지역의 투자 성과가 좋고 나쁘다는 문제를 넘어 정부의 지역 벤처투자 정책이 지역별 산업 기반과 기업 생태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산업계에서는 정부기관이 추진하는 정책펀드의 경우 민간 벤처캐피털이나 금융기관이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시장성·성장성·수익구조 등에 대한 분석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정책펀드는 정책적 목적 때문에 민간투자가 꺼리는 영역에 자금을 공급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시장의 수익구조와 동떨어진 투자가 반복될 경우 정책자금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얼마를 투자했는가보다 어떤 기업에, 어떤 기준으로 투자했고, 투자 이후 기업이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중심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지역성장펀드의 경우 지역별 산업구조와 기업 생태계의 차이를 반영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향엽 의원은 수도권 기업에 투자가 집중된 점을 지적하면서도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전남광주 1,250억 원, 대경권 1,250억 원, 전북 1,000억 원, 대전 500억 원, 울산 500억 원 규모로 추진 중인 지역성장펀드가 비수도권 중소벤처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결국 모태펀드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은 손실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정책적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한 자금이 당초 정책 목적에 맞게 기업과 지역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앞으로 지역성장펀드를 확대할수록 투자 규모뿐 아니라 지역별 투자 성과의 원인과 차이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민간의 투자 전문성과 정책적 목표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