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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지원사업 설명회(참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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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이 일부 기업과 공급업체의 부정수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정수급이 특정 사업에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적발과 환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체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한 지원사업에서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사례는 모두 91건으로, 부정수급 금액은 26억원에 달했다.
특히 적발 건수가 많은 상위 3개 사업이 모두 바우처 사업이었다. 수출바우처가 25건, 8억1천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가 16건, 5억7천만원, 중소기업 혁신바우처가 11건, 1억7천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세 사업에서만 모두 52건의 부정수급이 적발돼 전체의 57.1%를 차지했으며, 금액으로는 15억4천만원으로 전체 부정수급액의 58.3%에 이른다.
부정수급 방식도 다양했다. ‘목적 외 사용’이 27건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금액은 10억원으로 전체의 37.8%였다. 이어 법령·지침 위반 13건, 허위 결과물·허위 보고 10건, 특수관계자 거래 9건 등의 순이었다.
실제 사업 과정에서 지원금을 되돌려주는 이른바 ‘페이백’이나 재하청을 통해 보조금을 편취한 사례도 적발됐다.
2024년 수출바우처 사업에 공급기업으로 참여한 A사는 선정된 수행업체들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컨설팅을 선택하도록 한 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정산받은 금액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3억3천만원의 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행업체가 완료해야 할 과제를 대신 마무리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른 지원사업에서도 중복수급과 허위보고 사례가 확인됐다. B업체와 C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중소기업 혁신바우처 사업에 선정돼 매년 3천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2025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보조금 중복수급 제보가 접수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에 나섰고, 다른 기관의 지원금으로 이미 시제품을 완성한 뒤 이를 중기부 지원사업의 결과물인 것처럼 허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중기부는 두 업체에 각각 3천만원의 환수처분과 참여제한 조치를 내렸다. 문제는 이 같은 부정수급 사례가 단순히 일부 기업의 일탈로만 볼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은 기본적으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지원사업의 존재를 알고 있어도 복잡한 신청 절차와 사업계획서 작성, 증빙자료 준비, 정산 및 결과보고 등에 필요한 인력과 경험이 부족해 신청 자체를 포기하거나 심사 과정에서 탈락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와 신청 경험을 갖춘 기업은 각종 정부 지원사업에 접근하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신청하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거나 외부 컨설팅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보조금이 정작 지원이 절실한 기업보다 ‘정부 지원사업을 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에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동일 기업이 여러 사업에 반복적으로 선정되는 것이 제도적으로 허용될 경우,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조금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마중물이어야 하지만, 지원사업을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매년 다른 명목의 사업에 선정될 경우 정부 지원금 자체가 기업 운영의 중요한 재원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를 단순히 적발 건수와 환수 금액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사업별로 부정수급이 반복되는 유형을 분석하는 동시에 기업별 지원 이력을 통합 관리하고, 동일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사업의 누적 수혜 규모와 횟수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정 기간 동안 동일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정부 보조금의 횟수나 규모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이미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받은 기업보다 정부 지원을 처음 받거나 경영 여건상 지원 필요성이 높은 기업에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모든 정부 지원사업에 일률적인 수급 횟수 제한을 적용할 경우 성장 단계에 따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기업까지 배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업의 규모와 성장 단계, 고용 창출, 기술개발 성과, 수출 실적, 기존 지원금의 집행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기업에 돈을 나눠줬느냐’가 아니라 ‘정부가 지원해야 할 기업에 실제로 지원됐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 보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이다. 따라서 부정수급 기업을 적발해 돈을 환수하는 것만으로 제도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정수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사전에 걸러내고, 지원사업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실제 지원이 필요한 기업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권향엽 의원은 “매년 유사한 수법으로 보조금 부정수급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전 예방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수급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업부터 샅샅이 들여다보고 사업별, 유형별 방지대책을 강구해 ‘부정수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보조금이 ‘보조금을 잘 받는 기업’을 키우는 제도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정부 지원의 목적이 기업의 자립과 성장에 있다면 이제는 부정수급을 적발하는 사후관리뿐 아니라 누가, 얼마나, 몇 차례 지원받았는지를 관리하고 실제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기회를 재배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