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권 국립의대 후보대학으로 국립순천대를 추천한 결정에 대해 국립목포대가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의 첫 심문이 22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목포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후보대학 선정 과정의 적정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지만, 재판부가 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부분은 의외로 ‘어느 대학이 의대에 적합한가?’가 아니었다.
재판부가 먼저 확인한 것은 과연 통합시의 ‘순천대 추천’ 행위를 법원이 중단시킬 수 있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후보에서 제외된 목포대가 이를 법적으로 다툴 자격이 있는지였다.
이번 재판의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순천대를 추천한 것이 정말 법원이 멈춰 세울 수 있는 최종적인 행정결정인가?”, “순천대가 최종 의대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였다.
목포대는 통합시가 순천대를 후보대학으로 추천하면서 자신들은 교육부의 심사 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목포대가 요구하는 것은 당장 목포대를 의대 후보로 선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교육부의 심사를 받을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반면 통합시는 순천대 추천은 의대 설립의 최종 결정이 아니라 교육부의 최종 선정을 위한 중간 절차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교육부의 최종 심사 과정에서 추천 대학의 계획이 충분하지 않으면 최종 선정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추천된 대학이 반드시 최종 선정되는 구조인가?” 재판부가 바로 이 부분을 물었다. 결국 법원이 확인하려는 것은 통합시의 추천이 최종적인 권리·의무를 확정하는 행위인지, 아니면 이후 교육부의 최종 결정을 위한 절차적 단계인지다.
두 번째 질문은 더 어렵다. 재판부가 목포대 측에 반복해서 물은 것은 ‘법률상 이익’이라는 문제였다. 법률상 이익이라는 말은 누군가 행정기관의 결정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법원에 그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불이익이 단순히 “아쉽다”거나 “손해를 봤다”는 정도가 아니라, 법이 보호하고 있는 구체적인 권리나 이익이어야 한다.
목포대는 “교육부의 심사를 받을 기회 자체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사실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심사를 받을 기회가 정말 법적으로 보호되는 권리인가? 아니면 단지 심사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았다는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한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번 집행정지 사건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국립대학이라는 특수성이 하나 더 있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모두 국립대학이다. 설립·운영의 주체가 국가라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목포대가 주장하는 법률상 이익의 주인은 목포대학교인가, 아니면 국가인가?” 재판부가 이 부분을 두고 “쉽지 않은 법적인 문제”라고 언급했다.
국가가 설립한 대학끼리 경쟁하는 과정에서 한 국립대가 다른 국립대의 추천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할 때, 그 불이익을 해당 대학의 독자적인 법률상 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순천대의 의대·병원 부지 문제를 자세히 물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목포대는 순천대가 실제 부지를 소유하거나 임차권을 확보하지 않았는데 계획서에는 ‘부지 기확보’라고 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통합시는 순천시와 무상임대 협약을 맺었고 관련 자료도 제출했기 때문에 단순히 ‘부지를 확보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계획서에 ‘부지 기확보’라는 표현이 있는 동시에 관련 협약서가 첨부된 사실을 확인한 뒤 “과연 이게 전체적으로 허위냐”고 물었다. 이 질문은 상당히 중요하다. 단순히 표현이 적절했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만약 실제 사실과 다른 자료가 제출됐고 그 자료가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 후보대학 선정 과정 자체의 적법성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협약서 등을 통해 향후 부지 확보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고 심사위원들도 그 내용을 알고 평가했다면 목포대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재판부는 심사 당시 위원들에게 부지 문제가 어떻게 설명됐고, 심사위원들이 그 내용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도 확인했다.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면서 법원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공공복리다. 통합시는 후보대학 추천 절차가 중단되면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일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203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지금 절차를 멈추면 후속 절차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단순히 “2030년 개교가 늦어진다”는 주장만 듣지 않고,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가 얼마나 늦어지는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즉 법원은 양측의 주장 가운데 어느 한쪽을 이미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집행정지를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을 법률용어 없이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 질문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순천대 추천은 법원이 지금 당장 멈출 수 있는 행정결정인가?
둘째, 목포대는 순천대 추천을 취소하거나 중단해 달라고 요구할 법적인 권리 또는 이익을 가지고 있는가?
셋째, 순천대의 의대·병원 부지 확보와 심사 과정에서 실제로 문제가 있었는가?
넷째, 지금 추천 절차를 멈췄을 때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 일정과 지역 주민의 공익에 어떤 영향이 생기는가?
따라서 이번 재판은 단순히 “목포대와 순천대 중 어느 대학이 의대를 가져가느냐”를 결정하는 재판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순천대 추천 절차를 법원이 지금 멈춰야 할 정도로 법적인 문제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절차에 가깝다.
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현재 공개된 심문 내용만으로 법원의 결론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재판부가 심문 과정에서 ‘추천 행위의 처분성’과 ‘목포대의 법률상 이익’을 반복적으로 질문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법원이 통합시의 추천을 최종적인 행정처분으로 보기 어렵거나, 목포대가 주장하는 ‘교육부 심사를 받을 기회’를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재판부가 목포대에게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고, 순천대의 부지 확보나 심사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었으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집행정지를 받아들일 여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집행정지 결정과 본안소송의 결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순천대 추천에 따른 후속 절차가 일단 멈추게 된다. 반대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목포대의 본안소송까지 패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판부는 오는 29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뒤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양측 자료를 검토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법원의 결정은 10월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번 재판의 핵심은 의대의 ‘주인’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정을 어떤 절차와 법적 근거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지를 법원이 어디까지 들여다볼 것인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