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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경 전도사 76주기…‘신앙은 사랑의 실천’ 다시 묻다
신안 증도서 전국 목회자·성도 추모예배…섬 주민 위해 평생 헌신한 삶 통해 오늘의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
기사입력: 2026/09/22 [23:14]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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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22일, 제76주기 문준경 전도사 추모예배가 증도면 문준경 전도사 순교 기념관에서 열렸다.


한국 개신교 최초의 여성 순교자로 알려진 ‘섬 선교의 어머니’ 고(故) 문준경 전도사의 제76주기 추모예배가 22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예배에는 김태성 신안군수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이기용 총회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찾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해 문 전도사의 삶과 순교정신을 기렸다.

 

문준경 전도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섬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된 주민들을 돌보는 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 신안의 여러 섬을 오가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으며,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눴다.

 

국가기록원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문 전도사는 1932년 임자면 진리에 진리교회를 세웠으며,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9월 증도에서 목포 정치보위부로 압송됐다가 석방된 뒤 다시 증도로 돌아갔다. 이후 전쟁의 혼란 속에서 순교했다.

 

문 전도사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한국교회에 기억되는 이유는 단지 순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남긴 신앙은 말과 교리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나타났다. 섬 주민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 돌봤으며, 자신의 안위보다 이웃의 삶을 먼저 살폈다.

 

예수님께서 율법 가운데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첫째는 하나님을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며, 둘째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두 계명에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본 뜻이 담겨 있다”고 하셨다.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서로 분리된 두 가지가 아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눈앞의 이웃을 외면하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를 오늘의 교회가 되묻게 하는 대목이다.

 

예수님은 또한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했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에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나 교회의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야 하는 명령이었다.

 

문준경 전도사의 삶은 바로 이 말씀을 자신의 삶으로 옮긴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섬 선교의 어머니’가 남긴 것은 교회 건물만이 아니었다. 문 전도사는 신안의 여러 섬을 오가며 교회를 세우고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가 세운 교회와 그에게 영향을 받은 신앙인들은 이후 신안 지역 기독교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관련 연구는 문 전도사의 순교 이후 그의 삶과 신앙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주요 지도자로 성장했으며, 증도가 한국교회에서 중요한 순례지로 자리 잡는 데 문 전도사의 삶과 순교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

 

신안군 증도에는 현재 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과 순교 관련 유적이 남아 있으며, 문 전도사의 삶을 되돌아보려는 기독교 순례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전남도 역시 문 전도사의 순교 유적과 기념관 일대를 기독교 순례지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문준경 전도사의 유산을 단순히 관광이나 종교 유적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기에는 그가 남긴 메시지가 더욱 크다. 문 전도사가 살았던 시대와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크게 달라졌다. 교회도 양적으로 성장했고,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과 방법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그렇다면 문 전도사의 76주기를 맞아 오늘의 한국교회가 되새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순교의 영웅적 이미지를 기념하는 데만 머물 것이 아니라, 그가 왜 자신의 삶을 이웃에게 내어주었는가를 묻는 일일 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했고, 그 사랑의 기준을 자신의 사랑으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정신을 오늘에 계승한다는 것은 순교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에서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 병든 사람과 외로운 사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신앙의 본질을 말하면서도 정작 이웃의 고통에는 무관심하다면 문 전도사가 보여준 신앙과 오늘의 교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준경 전도사가 남긴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순교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김태성 신안군수는 “문준경 전도사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신안을 찾아주신 목회자와 성도, 방문객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섬 주민을 위해 온몸을 바쳐 헌신한 고인의 삶을 되새기며, 우리 사회가 서로를 보살피고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준경 전도사의 제76주기를 맞아 신안을 찾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결국 이 같은 삶의 실천일 것이다. 순교자를 기념하는 가장 깊은 방법은 그의 죽음을 반복해서 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생전에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를 오늘의 삶 속에서 이어가는 데 있을 수 있다.

 

문준경 전도사가 남긴 신앙의 흔적은 76년이 지난 지금도 신안의 섬들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오늘의 한국교회에 다시 묻고 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우리는 지금 우리의 이웃을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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