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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된 사항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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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800조원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에 메모리 팹(Fab) 4기 이상을 조성하고 전력과 용수, 인재, 정주여건 등 핵심 기반시설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전제가 되는 광주 군공항 이전은 아직 최종 확정 단계가 아니다. 무안군 망운면 일대가 이전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10월 주민투표와 무안군의 유치신청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기반시설을 얼마나 신속하게 구축하느냐와 함께 군공항 이전에 대한 무안 주민의 수용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22일 기자 차담회를 열고 ‘호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추진사항’을 공개했다. 클러스터는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 약 250만평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해 약 800조원 규모의 메모리 팹 4기 이상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통합특별시는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부지 조성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공급망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부지는 지난 7월 국가산단 후보지 지정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예비사업시행자 선정 절차를 마쳤다. 통합특별시는 2027년 우선 착공이 가능한 탄약고 이전 예정지 등 약 63만평의 부지조성을 추진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 내 사전행위 특례 신설도 건의할 예정이다.
전력 공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지난 8월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전력공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으며, 9월에는 전력망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의결됐다.
이에 따라 2027년 6월 송전선로 착공을 거쳐 2028년 12월까지 1단계 3.1GW를 공급하고 최종적으로 6.3G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용수 역시 2028년 12월까지 초기 단계에서 하루 15만톤을 공급하고 최종적으로 하루 106만톤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동복댐 증축을 둘러싼 지역과의 협의를 위해 지난 18일에는 ‘동복댐 증축 상생협의체’도 구성됐다.
문제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부지가 광주 군공항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지난 8월 무안군 망운면 일대를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는 최종 이전부지 확정과는 다른 단계다. 주민투표를 거쳐 무안군수가 유치신청을 해야 최종 이전부지 선정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정부와 통합특별시는 연내 최종 이전부지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안지역에서는 주민투표에 앞서 구체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무안 범군민위원회는 지난 16일 주민투표에 앞서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우선 이전, 1조원 규모 지원, 국가산단 조성 등 지원방안의 구체적인 이행계획과 일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따라서 통합특별시가 제시한 반도체 클러스터의 속도전이 실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 계획뿐 아니라 군공항 이전지역 주민들이 사업의 필요성과 편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지원책이 함께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과제는 ‘광주 집중’ 우려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경우 대규모 투자가 광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통합 이후 지역 간 경제적 편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시설 자체가 광주에 들어서더라도 그 효과가 광주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반도체 산업은 제조공정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물류, 인력양성, 데이터·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연관산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광주 지역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만 접근하기보다는 호남권 전체의 산업생태계를 재편하는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특히 광주에 팹이 들어선다면 전남의 각 지역에는 어떤 산업을 배치하고 어떤 일자리를 만들 것인지, 목포·무안·영암 등 서남권에는 어떤 연관산업과 물류·연구·인재양성 기능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남 국립의대 후보대학 선정에서 목포대가 탈락하면서 서남권에서는 평가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목포대와 지역사회는 재검증을 요구하고 있으며, 서남권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의대와 반도체 사업은 서로 다른 정책이지만,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서남권에서 제기되는 지역균형발전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정 대형 국책사업과 핵심 기관이 한 지역에 집중될 경우 다른 지역 주민들이 통합의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특별시가 향후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 과정에서 제시해야 할 것은 단순한 투자 규모와 생산시설 숫자만이 아니다.
광주에 팹이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전남 각 지역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서남권과 동부권에는 어떤 연관산업을 배치할 것인지, 대학과 연구기관을 활용한 인재양성 기능을 어느 지역에 분산할 것인지, 지역 중소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호남권 상생 로드맵’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특별시는 반도체 연구·설계를 담당할 고급인재부터 현장 실무인력까지 단계적으로 양성하고, 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도시정주팀’을 신설하고 단기적으로 건설인력의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정주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역시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광주·전남의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단지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경우 통합의 경제적 효과를 보다 넓은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2030년 6월 첫 양산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기반시설 구축을 최대한 앞당기고 통합재정지원 재원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800조원이라는 거대한 숫자만으로 지역민의 기대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무안 군공항 이전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어야 하고, 동시에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발생하는 투자와 일자리, 연관산업, 인재양성의 효과가 광주에 집중되지 않고 호남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호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광주에 반도체 팹을 짓느냐’와 함께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호남의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향후 통합특별시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