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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공론화위원회 출범…‘시민이 결정하는 민주주의’ 한 걸음 더
공공자원화시설 해법 시민 숙의로 찾는다…대의제 보완 넘어 시민의회로 이어질지 주목
기사입력: 2026/09/22 [09:20]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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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손훈모 순천시장이 시청 대회의실에서 공론화위윈회 출범을 밝히고 있다


순천시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지역사회의 오랜 현안인 공공자원화시설 문제를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숙의와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21일 공공자원화시설 사업의 추진 방향을 시민과 함께 논의하기 위한 ‘공론화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시민과 각계 전문가, 환경·시민단체 관계자 등 모두 16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공론화위원회 출범은 민선 9기 시정의 핵심 가치로 제시된 ‘시민주권 실현’과 시민들의 ‘정책토론 청구’를 시가 받아들이면서 추진됐다. 공론화추진위원회는 앞으로 공공자원화시설의 입지 재검토 여부를 포함해 공론화의 의제와 범위를 정하고, 시민 의견수렴과 숙의 절차를 마련하는 등 공론화 전반을 운영하게 된다.

 

출범식에서는 한국공론화포럼 박태순 대표가 ‘공론화의 이해’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박 대표는 공론화 과정에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법과 이해관계가 다른 시민들의 의견을 조정하는 방법, 시민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는 방안 등을 설명했다.

 

공론화추진위원회는 충분한 시민 의견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공공자원화시설의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해 순천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순천시의 시도가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넘어, 오늘날 대의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려는 민주주의 실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선출된 대표자가 시민을 대신해 정책을 결정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시민이 구체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특히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결된 환경·시설·개발 문제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는 선거에서 부여된 대표성만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공론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대의제를 보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이 단순히 찬성과 반대를 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정보를 접하고,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다른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다시 검토하는 것이 공론화의 핵심이다. 즉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왜 그것이 필요한가’, ‘다른 선택에는 어떤 비용과 문제가 있는가’를 함께 따져보는 과정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론화는 단순한 여론조사와도 다르다. 여론조사가 현재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을 확인하는 절차라면, 공론화는 충분한 정보와 토론을 통해 시민들이 자신의 판단을 형성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숙의의 과정이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의 참여자가 된다는 점이다. 공공자원화시설처럼 시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행정기관과 전문가만의 판단으로 결정하기보다 당사자인 시민이 그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론화위원회가 곧바로 시민주권의 완전한 실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공론화위원회는 의제와 참여방식, 위원 구성 등에 따라 대표성과 평등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전체 시민을 얼마나 충실하게 대표할 수 있는지,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공론화 결과가 최종 정책결정권자인 행정기관에 어떤 구속력을 갖는지도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순천시의 이번 실험은 의미가 작지 않다. 공론화가 일회적인 갈등 조정 절차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시민 참여제도로 발전한다면, 향후에는 무작위 추출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시민을 참여시키고, 충분한 정보 제공과 평등한 토론을 보장하는 ‘시민의회’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회는 특정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나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와 달리 시민 전체의 구성을 반영하도록 참여자를 선정하고, 참여자들이 충분한 학습과 숙의를 거쳐 공동의 판단을 만들어내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론화는 시민의회로 가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순천시 공론화추진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시민을 참여시키고, 정보와 토론의 균형을 어떻게 보장하며, 공론화 결과를 실제 정책 결정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손훈모 순천시장은 “공공자원화시설은 시민의 생활과 직결된 현안인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며 “공정한 숙의를 통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공론화의 성패는 시설의 입지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행정의 설명을 듣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확인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으며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공공자원화시설이라는 하나의 지역 현안에서 시작된 순천시의 공론화가 시민을 정책의 수혜자나 대상이 아닌 ‘주권자’로 세우는 민주주의 실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나아가 이번 경험이 향후 시민의회와 같은 제도로 이어진다면, 순천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넘어 대의민주주의를 시민참여와 숙의로 보완하는 또 하나의 지방자치 실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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