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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은 당선 순간 사라지는가…‘조례로 약속을 묶자’
신연순 의원, 민형배 시장 후보 시절 노동정책 이행 촉구…“선거용 약속 아닌 제도로 만들어야”
기사입력: 2026/09/21 [09:50]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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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민형배 시장 공약 조례로 만들기를 주문하는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신연순 특별시 의원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수많은 공약을 내놓는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가 결정되면 공약은 예산과 조직,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수정되거나 뒤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선거 당시 제시한 공약을 실제 정책으로 이행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신연순 의원(진보당·비례)이 최근 제기한 ‘공약의 조례화’ 요구가 주목받는 이유다.

 

신 의원은 지난 18일 일자리경제위원회 회의장에서 진보당 소속 의원 5명과 민주노총 관계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도시락 간담회를 열고 통합특별시 조직개편과 노동정책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후보 시절 노동계에 제시했던 정책을 실제 행정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였다.

 

민 시장은 후보 당시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전남본부가 공동으로 제시한 노동정책 질의에 대해 노동전담기구 설치 및 인력 확충, 2027년 광주·전남 생활임금 상향 단일화, 5인 미만 사업장과 플랫폼·이동노동자 지원 조례 제정, 산업안전보건센터 3개 거점 설치, 특별시장과 노동계 대표 간 노정협의 제도화 등에 찬성하거나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시민이 결정하고 행정이 이를 실행하는 ‘시민주권’을 강조하면서 시민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후보 시절 약속을 단순한 선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조직과 조례, 예산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데 논의가 집중됐다.

 

특히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노동 3권 보장과 사회적 임금 이행, 석유화학·철강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의 노동계 참여,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근절과 적정임금제 도입, 공공운수·보건·교육·돌봄 분야의 공공성 강화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후보 시절 제시한 노동정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세부적인 이행계획과 추진 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신 의원은 “후보 시절 노동계에 밝힌 답변은 당선을 위한 약속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노동전담기구 설치와 인력 확충 방안 등을 조직개편에 분명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생활임금 단일화와 취약노동자 보호, 산업안전 강화, 노정협의 제도화 등을 노동자가 통합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향후 의회의 조례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의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노동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공약을 어떻게 이행하도록 만들 것인가’라는 방식이다.

 

공약은 그 자체로 법률이나 조례가 아니다. 후보자가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정책 방향이 행정기관의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이 필요하고, 일정한 사항은 조례 제정이나 개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의회가 공약 가운데 조례로 제도화할 수 있는 사항을 선별하고, 집행부가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은 공약의 실효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선거공약을 조례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국가 법령의 개정이 필요한 사업이나 민간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할 수 없는 사업, 재정 여건에 따라 장기간 추진해야 하는 사업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직접 결정할 수 있고 조례로 제도화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령 노동전담기구의 설치와 지원체계, 취약노동자 지원, 산업안전 지원사업, 노동자와 지방정부 사이의 협의체 운영 등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입법·예산권을 통해 일정 부분 제도화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약을 얼마나 많이 내놓았느냐’가 아니라 ‘약속한 공약 가운데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일이다.

 

선거 때 공약이 쏟아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당장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후보자는 좋은 정책을 제시할 수 있지만 당선 이후에는 재정 부족, 법적 제약, 조직 문제, 중앙정부와의 협의 등을 이유로 공약의 내용이나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가 끝난 뒤 지방의회가 후보자의 공약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그 가운데 실현 가능한 공약에 대해서는 조례·예산·행정계획으로 연결하는 ‘공약 이행 검증 과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특정 시장이나 특정 정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선거를 통해 형성된 시민과 행정의 약속을 행정과정에서 확인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처럼 새로운 광역행정체계를 출범시키는 시점에서는 더욱 의미가 있다.

 

통합특별시 출범을 준비하면서 핵심 공약의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역시 통합특별시의 시정 운영 방향과 핵심 공약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다면 의회가 해야 할 역할은 단순히 집행부가 제출하는 조례와 예산안을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거 과정에서 시민에게 제시된 주요 약속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일 수 있다.

 

공약이 조례가 되고, 조례가 예산이 되고, 예산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민에게 공개한다면 선거공약의 책임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신연순 의원의 문제 제기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공약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미래의 정책 약속이다. 당선 이후 이를 실제 정책으로 만들 책임 역시 정치의 중요한 부분이다.

 

‘공약을 지키라’는 정치적 구호를 넘어, 지킬 수 있는 공약은 조례와 예산으로 구체화하고 그 이행 과정을 의회와 시민이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공약의 남발을 줄이고 지방정치의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새로운 광역자치의 출발점에 서 있는 만큼, 이번 노동정책 논의가 특정 정책의 이행 여부를 넘어 ‘선거에서 한 약속을 어떻게 행정의 책임으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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