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련한 ‘테마형 수학여행’이 학교 밖 청소년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통합교육청, 청소년미래재단(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과 함께 학교 밖 청소년의 관심과 수요를 반영한 테마형 수학여행을 운영했다.
이번 수학여행에는 학교 밖 청소년 109명이 참여했다. 지난해와 달리 청소년들의 수요를 반영해 스포츠와 문화 등 두 가지 테마로 나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회차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스포츠’를 주제로 진행됐다. 참가 청소년들은 올림픽 가치 교육을 비롯해 프로야구 경기 관람, 서울월드컵경기장 투어 등을 경험했다. 2회차는 부산에서 ‘문화’를 주제로 부산영화체험박물관과 흰여울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 등 주요 문화공간을 탐방했다.
강석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희망인재육성과장은 “이번 수학여행이 학교 밖 청소년이 또래와 소통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청소년이 자신의 꿈과 가능성을 마음껏 펼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업과 진로, 자립, 문화체험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는 올해 사업성과를 공유하는 성과보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일회성 수학여행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 교육의 방식 자체를 다양화하는 계기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는 정규학교의 교과과정과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학업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경우가 있다. 이들에게 학교에서 하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업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학습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은 ‘학교 밖에서 학교 수업을 다시 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이 직접 움직이고 경험하면서 배우는 교육,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가는 교육, 또래와 협력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의 대안교육 사례에서도 이 같은 접근을 찾아볼 수 있다. OECD가 소개한 네덜란드의 PUM-O 프로그램은 학교를 중단했거나 중단 위험에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과 직업훈련, 개인발달을 프로젝트 기반으로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개별 학습계획을 세우고 직업능력과 창업능력, 취업 준비 등을 배우는 동시에 사회적 이슈 토론, 창작활동, 요리, 스포츠 등의 활동에도 참여한다. 특히 멘토와 청소년이 함께 개인별 계획을 만들고 청소년이 자신의 프로그램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취약계층 청년을 대상으로 직업훈련과 기업 견습을 연결하는 방식도 활용됐다. 교실에서 직업 관련 기술을 익힌 뒤 실제 기업에서 일정 기간 견습을 경험하도록 하고, 자기이해와 회복탄력성, 의사소통, 협업, 시간관리 등 직업생활에 필요한 역량도 함께 교육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학교 밖 청소년 정책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수학여행을 단순한 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동형 교육과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경주·공주·부여·전주·제주 등으로 떠나 역사 현장을 직접 탐방하고, 사전에 조사한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한 뒤 자신만의 영상이나 기사, 여행지도 등을 제작하게 할 수 있다.
직업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에게는 산업현장이나 기업, 공공기관, 대학의 관련 학과 등을 방문하고 현직자와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연결할 수도 있다. 요리와 제과, 자동차, 영상제작, 사진, 디자인, 드론, 반려동물, 농업·수산업 등 청소년들의 관심 분야에 따라 소규모 직업체험 여행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 프로그램의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기획과 선택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가령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청소년들이 직접 선택하고, 여행 전에는 온라인으로 사전학습을 한 뒤 현장에서는 체험하고, 돌아온 뒤에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영상·사진·보고서·발표회 등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수학여행은 단순한 관광이나 문화체험을 넘어 하나의 프로젝트가 된다. 국내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에서 지역사회 소상공인과 청소년단체가 협력하는 사례가 연구된 바 있다. 이는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진로교육의 대상을 학교 밖 청소년과 지역사회로 확장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결국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를 떠났으니 학교 밖에서 다시 학교를 만들어주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교육을 찾아야 한다. 교실 대신 현장으로 나가고, 교과서 대신 실제 세계를 만나며, 정해진 답을 배우는 대신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교육이다.
이번 테마형 수학여행이 이러한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와 전남이라는 넓은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과 역사·문화·자연환경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 내 기업과 대학, 박물관, 문화예술기관, 농어촌 현장, 공공기관 등을 하나의 교육자원으로 연결한다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이동형 직업·문화·역사학교’도 가능하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교실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기회일 수 있다. 이번 수학여행이 일회성 행사를 넘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발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지속적인 교육과정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