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해 온 한국마사회 탁구단과 유도단의 운영중단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선수단의 존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내부 검토자료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절차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마사회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1994년 유도단, 1996년 탁구단을 창단해 운영해 왔다. 두 선수단의 2025년 운영비는 약 31억 원에 달한다. 탁구단은 최근 10년간 매년 국가대표와 상비군 선수를 배출해왔으며, 유도단에서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활약해 왔다.
특히 이번 운영중단 검토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조직 개편과 다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일반적인 사업조정과 달리 실업 스포츠단의 해체는 선수들의 직장과 훈련 기반, 경기 출전 기회 자체를 한꺼번에 사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서삼석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이 한국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사회는 탁구단 선수단에 “경영상황 악화에 따른 운영방향 변화 가능성이 있음을 사전에 구두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수단이 받아들인 내용은 이와 달랐다. 현정화 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마사회 홍보실 관계자로부터 “탁구단을 해체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 감독은 통보 시점이 8월이었다며, 이미 시즌 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선수들이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지 못할 경우 내년까지 운동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도단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김재범 마사회 유도단 감독은 “20여 년 이상 몸담으며 금메달이라는 성과까지 냈음에도 해체 통보를 받아 참담하다”며 선수단의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아시안게임을 앞둔 선수들의 경기력과 심리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더 큰 문제는 마사회가 선수단 운영중단을 검토하면서도 그 판단을 뒷받침할 공식적인 내부 검토 과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삼석 의원이 마사회에 탁구단 해산 검토와 관련한 내부 보고서와 회의자료, 회의록을 요구했지만 마사회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연간 3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수십 명의 선수와 지도자의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직의 존폐를 검토하면서 내부 보고서와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상 미비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마사회가 제출한 자료 사이에서도 선수단에 대한 설명 과정에 차이가 나타났다. 한 자료에서는 ‘경영상황 악화에 따른 운영방향 변화 가능성을 사전에 구두로 설명했다’고 했지만, 다른 자료에서는 ‘선수단에 사전에 운영중단 가능성을 통보한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마사회가 2025년부터 남자 탁구 선수단의 타사 이적 등을 추진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삼석 의원은 선수단의 존폐 문제를 공식적인 검토와 논의 없이 판단하고 선수들에게 구두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해체 가능성을 구두로 전달받은 선수들에게 이는 사실상 고용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 경영 여건에 따라 조직이나 사업을 조정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영 악화를 이유로 3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선수단의 존폐를 결정한다면 그 필요성과 기대효과, 비용 절감 규모는 물론 선수와 지도자들의 고용 문제, 선수들의 향후 훈련과 경기 출전 대책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더구나 한국마사회는 일반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감시와 감독을 받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수십 년간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배출해 온 선수단의 존폐를 결정하는 과정 역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탁구단과 유도단을 유지할 것인가, 해체할 것인가에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들의 삶과 직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어떤 근거와 절차를 거쳤느냐는 것이다.
서삼석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충분한 검토와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 없이 운영중단 가능성이 선수들에게 먼저 전달됐다면, 이는 공공기관의 책임 있는 경영과 의사결정이라는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한 시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직업과 앞으로의 선수 생활 전체가 걸린 문제다. 선수단을 없애는 결정만큼이나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마사회를 감독하는 주무부처 역시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한 체육단의 존폐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구성원들의 고용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어떤 절차와 근거를 통해 내리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30년 동안 국가대표를 길러낸 선수단이라면 해체의 명분 역시 그에 걸맞은 설명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선수들의 갈 길을 막아버리는 결정이라면, 그 결정이 왜 필요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록과 검토 과정은 남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