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의 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전남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개편안에 대한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무라인이 일부 초선 의원들에게 의원사업비를 제시하며 설득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실 여부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조직개편은 통합시 행정의 기본 틀을 결정하는 사안이다. 앞서 통합특별시 측은 광주·무안·동부청사에 기능을 분산하고 지역별 행정 수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본지는 18일 아침 출근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남청사 앞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목포지역 출신인 박문옥·최정훈·최선국 세 의원이 국립의과대학 후보 추천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열흘 넘게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 열려 있던 천막은 이날 굳게 닫혀 있었다.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니 텅 빈 천막 안 책상 위에는 『김대중 대화록』이 놓여 있었다.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세 의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마음이 무거웠다.
천막을 나서 돌아오는 길에는 박문옥 의원을 만났다. 수척해진 모습의 박 의원은 이날 예정된 조직개편안 의결에 대응하기 위해 의회에 나와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번 조직개편안을 두고 “기형적인 조직개편이 될 수 있어 반드시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조직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 의원은 “정무라인에서 조직개편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의원사업비를 놓고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다시 확인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최정훈 의원에게 전화로 물었다. 최 의원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본지가 확인한 것은 두 의원의 발언이다. 실제로 특정 의원에게 의원사업비를 조건으로 조직개편 찬성을 요구했는지, 해당 사업비가 어떤 성격의 예산인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제안했는지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조직개편이라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앞두고 의원의 찬성을 얻기 위해 사업비를 제시하거나 이를 사실상 거래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의회의 의사결정은 정책과 지역주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의원 역시 그 판단의 근거를 시민들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세 의원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히 국립의대 유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박 의원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광주는 광역도시에 맞는 행정을 해야 하고 전남은 농도라는 특성에 맞는 행정을 해야 한다”며 “광주 행정을 전남에 그대로 가져올 수 없듯 전남의 행정 역시 광주에서 그대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남에는 농촌관리와 청년정책 등 전남에 특화된 정책이 있는데 조직은 가져가면서 사람은 보내지 않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안”이라며 “광주 공무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생소한 업무를 맡게 되면 시행착오가 발생할 수 있고 그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통합특별시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농업·수산 분야의 행정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남도연합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 전남연합회 역시 조직개편안에 대해 전남의 농수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결국 ‘어느 지역이 더 많은 조직을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서로 다른 행정환경을 어떻게 하나의 조직체계 안에서 조화시킬 것인가에 있다.
핵심은 조직보다 ‘시민의 삶’이다. 예산 문제도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박 의원은 현재 조직과 예산 구조대로라면 전남에서 추진해온 목적사업 재원이 광주지역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그는 약 8,100억원 규모의 재원이 광주로 지원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결국 이번 조직개편 논란은 단순한 부서와 인력의 배치 문제가 아니다.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의 서로 다른 행정 수요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남 서남권을 비롯한 각 지역의 행정·산업·복지·사회기반시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무엇보다 확인해야 할 것은 ‘의원사업비를 통한 찬성 회유’ 의혹이다. 정책을 놓고 설득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만약 정책의 타당성보다 특정 사업비나 지원을 제시해 의원의 표를 얻으려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적 논란을 넘어 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조직개편안의 내용과 함께 의원사업비를 둘러싼 의혹 역시 투명하게 확인돼야 한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사업비를, 어떤 조건으로 제안했는지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 그것이야말로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첫 조직개편을 둘러싼 논란을 풀기 위해 지금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