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상징처럼 국민에게 제시됐던 ‘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숫자가 7개 유망구조의 최대치(P10)를 단순 합산한 수치였으며, 7개 구조 모두에서 탐사에 성공할 확률은 0.000218%에 불과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 6월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던 바로 그 수치다. 당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당시 국민에게 크게 부각된 ‘140억 배럴’이라는 숫자와 실제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감사원은 당시 140억 배럴이 7개 유망구조 각각의 탐사자원량 최댓값을 합산한 것으로, 7개 유망구조 모두에서 최대 자원을 확보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값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7개 구조 전체가 탐사에 성공할 확률은 0.000218%로 계산됐다.
쉽게 말하면 ‘최대 140억 배럴’은 7곳 가운데 한두 곳에서 실제로 그 정도 규모가 발견될 가능성을 의미하는 수치가 아니었다. 7곳 모두에서 최대치의 자원을 확보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합산한 숫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는 당시 대통령의 대국민 발표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됐다. 문제는 숫자 자체만이 아니다. 그 숫자가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됐으며, 그 수치를 바탕으로 국가가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가 핵심이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한국석유공사의 용역업체 선정 절차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Act-Geo)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상 지명경쟁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일부 업체를 지명했고, 기술평가기준을 입찰업체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또 사전에 정하지 않은 기준으로 경쟁업체를 부적격 처리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해진 평가기준을 적용했다면 경쟁업체 역시 기술평가를 통과해 액트지오와 가격평가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지명경쟁입찰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경쟁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바로 이 문제를 2024년 국정감사에서 처음 강하게 제기한 사람이 권향엽 의원이다.
권 의원은 당시 석유공사가 3개 업체를 지명한 뒤 자체 기술평가에서 액트지오만 적격 처리하면서 사실상 ‘1인 입찰’이 된 과정을 지적했다. 당시 권 의원은 이를 두고 “지명경쟁입찰이라는 공정성의 외피를 쓴 수의계약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당시 제기했던 국가계약법 위반 문제가 실제 감사 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감사원은 관련 직원 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퇴직한 임원에 대해서는 비위 사실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한편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도록 했다.
대왕고래 사업에 투입된 비용도 가볍지 않다. 대왕고래 1차 시추에는 1,2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한국석유공사가 제출한 탐사시추 승인요청 자료에는 시추비가 8,750만 달러로 기재돼 있었다.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이라면 더욱 엄격한 검증과 투명한 절차가 필요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에서는 용역 결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시추가 추진됐고, 일정 역시 당초 계획보다 무리하게 앞당겨진 정황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기 내 시추를 완료하도록 일정을 앞당기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당시 산업부가 액트지오의 평가 결과를 두고 탐사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므로 대외 홍보를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후 대통령실이 대국민 발표를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질문은 분명하다. 140억 배럴이라는 숫자는 왜 국민에게 그렇게 크게 부각됐는가? 성공 가능성의 불확실성은 왜 같은 무게로 설명되지 않았는가? 왜 충분한 검증이 끝나기 전에 1,200억원이 넘는 시추가 추진됐는가? 그리고 왜 국가계약법이 정한 경쟁 절차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히 석유가 발견됐느냐, 발견되지 않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세금과 공공자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느냐의 문제다.
권향엽 의원은 감사 결과에 대해 “‘140억 배럴’은 7개 유망구조의 최댓값을 단순 합산한 수치였고, 7개 구조 모두의 탐사 성공률은 0.000218%에 불과했다”며 “결국 ‘140억 배럴’은 신기루였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액트지오 입찰 과정의 국가계약법 위반이 감사 결과 확인된 것과 관련해 석유공사의 철저한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권 의원은 이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제기한 이후에도 감사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추적했다. 지난 8월 26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안 심사에서는 감사원이 감사원 훈령상 감사기간과 관련한 문제를 안고 감사를 연장한 사실과 산업부가 감사원의 질문지에 99일 만에 답변서를 제출한 사실을 지적하며 감사 결과의 조속한 확정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지난 9월 10일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하고 16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 결과가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동해에 석유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국민에게 국가의 중요한 사업을 설명할 때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했는가? 그리고 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돈을 사용하는 절차와 경쟁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가이다.
‘최대 140억 배럴’이라는 거대한 숫자는 국민에게 미래의 부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감사 결과가 보여준 것은 그 숫자가 현실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자원의 규모가 아니라 7개 유망구조의 최대치를 모두 합산한 극단적 가정치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국가계약법 위반과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된 시추 문제까지 드러났다.
결국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단순한 석유 탐사 실패 여부를 넘어, 국가가 불확실한 정보를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공공사업을 어떤 절차로 추진해야 하는가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다시 묻는 사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