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을 앞두고 조직개편 과정에서부터 ‘전남 패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통합특별시의 주요 정책과 인사·기획 기능이 광주청사에 집중되고 전남청사는 사업 집행 기능을 중심으로 배치되면서, 통합이 광주 중심의 ‘1극 체제’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5일 지난 9일 보류됐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조직개편안’을 재심사해 가결했다.
이날 심사에서 최선국 의원(더불어민주당·목포1)은 조직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겉으로는 균형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남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먼저 청사별 부서 배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청사별로 부서 수를 형식적으로 배분하는 데 급급한 짜맞추기식 개편으로 통합특별시 행정조직의 유기적인 지휘·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책임 회피와 의사결정 지연, 행정비용 증가 등의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질적인 정책 결정과 행정 조정 기능이 광주청사에 집중된 점을 문제 삼았다. 최 의원은 “기획조정실과 인사정책관처럼 실질적인 권한과 의사결정 기능을 가진 부서는 광주청사에 집중되고, 전남청사에는 단순 사업 추진 부서들만 배치됐다”며 “옛 전남 지역 행정을 총괄했던 전남청사의 위상에 걸맞은 행정적 동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통합특별시의 재정 운용과 관리를 총괄하는 재정기획본부가 전남청사에 배치되는 것을 두고 “2조2,200억 원에 달하는 광주의 채무 관리도 전부 전남에서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옛 광주의 지방채 발행 사업은 200개가 넘는 데 반해 옛 전남은 20개도 안 되는 상황인데, 광주 채무를 관리했던 공무원들은 모두 광주에 남게 됐다”며 “이것이 민형배 시장이 강조했던 ‘적소에 적재를 배치하겠다’는 인사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무 기능을 담당하는 별정직과 부시장 인선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최 의원은 “20명의 별정직 가운데 광주청사에 15명, 전남청사에 2명, 동부청사에 3명이 배치됐다”며 “이것을 균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형식적 균형의 가면 뒤에 불평등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권 부시장 인선에 대해서도 “전남 지역에 광주 출신 측근 2명을 지방직 부시장으로 배치하는 것은 수십 년간 전남청사가 지켜온 상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남의 특성과 실정을 모르는 이들에게 전남의 행정을 맡기는 것을 옛 전남도청 공직자와 지역민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번 개편안은 도시행정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광주시의 기획 역량이 농업·어업·축산업 등 전남 고유의 전문 영역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청사별 부서 배치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특별시의 의사결정 구조가 어디를 중심으로 작동하느냐는 데 있다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이다.
전남광주 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통합 과정에서 주요 기획·인사·정무 기능이 광주에 집중되고 전남청사에는 집행 중심의 기능이 배치된다면, 수도권의 일극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통합이 오히려 광주와 전남 사이에 또 다른 중심과 주변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이날 “행정 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시도”라며 “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조직개편이 또 다른 소지역 일극체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장밋빛 미래만 강조하며 광주 발전을 위해 전남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서남권 주민을 대표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조직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이 행정적·정책적으로 어떤 위상을 갖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남청사가 위치한 서부권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당초 통합의 명분이었던 균형발전과 상생이라는 취지를 실제 행정조직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