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학교급식 식품비의 지역 간 격차가 다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급식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지 오래됐지만, 학생들이 받는 한 끼의 급식비마저 거주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이 확인되면서 지역 간 교육격차 문제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좁혀지던 격차가 2026년 들어 초·중·고 모든 학교급에서 20% 안팎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단순한 급식비 차이를 넘어 지방 학생들이 교육과 생활환경에서 겪는 상대적 불이익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국회 교육위원회)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초등학생 1인당 한 끼 식품비는 서울이 4,553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대전이 3,620원으로 가장 낮았다. 두 지역의 차이는 933원이다.
2025년 3월 기준 초등학교 식품비 격차가 77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58원, 20.4% 확대됐다. 중학교 역시 2025년 476원이었던 격차가 2026년 579원으로 21.6% 증가했고, 고등학교는 696원에서 847원으로 21.7% 확대됐다. 초·중·고 모두에서 지역 간 격차가 20% 이상 커진 셈이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는 서울이 4,553원으로 가장 높았고, 충북 4,322원, 경북 4,320원, 세종 4,295원, 제주 4,220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전은 3,620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대구 3,770원, 전북 3,827원, 인천 3,933원 등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경기 지역이 각각 5,047원과 5,417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전북은 각각 4,468원과 4,570원으로 가장 낮았다.
문제는 학생들이 실제로 받는 급식비의 지역별 차이가 단순히 교육청의 예산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교급식 식품비는 시·도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으로 편성하는 기본 식품비와 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지원하는 친환경·지역산·Non-GMO 식재료 등의 추가 지원비로 구성된다.
교육청이 편성하는 기본 식품비만 따져보면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커진다. 2026년 초등학교의 경우 서울의 기본 식품비는 4,498원이지만 경북은 2,820원에 불과했다. 두 지역의 차이는 1,678원으로, 실제 급식비 총액에서 나타난 최대 격차 933원의 1.8배에 달한다.
중학교에서도 1,351원, 고등학교에서는 1,550원의 기본 식품비 차이가 나타났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실제로 받는 급식의 재정적 기반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경북의 경우 교육청 기본 식품비는 2,820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1,500원을 추가 지원하면서 총 식품비는 4,320원으로 전국 3위까지 올라섰다.
광주 역시 기본 식품비는 2,950원으로 16위였지만 지자체가 1,000원을 추가 지원해 총액은 3,950원이 됐다.
반면 대전은 기본 식품비가 3,240원으로 중하위권이었지만 지자체 추가 지원은 380원에 그쳐 총액 기준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 됐다.
학교급식의 지역별 격차는 단순히 한 끼에 몇백 원이 더 지급되는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지방의 학생들은 이미 교육환경과 생활 인프라에서 수도권과 다른 조건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 학원과 교육시설 접근성, 문화·체육시설, 의료와 교통 인프라 등 거주 지역에 따라 교육을 둘러싼 환경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급식마저 서울이 아니다는 이유로 재정 여건에 따라 차이가 난다면, 학생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사는 곳’이 교육과 생활의 조건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학교급식은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교육복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가정 형편과 관계없이 학교에서 일정 수준의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무상급식의 취지라면, 지역의 재정력 차이가 학생들의 급식 여건 차이로 이어지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공정한 사회라면 ‘같게’보다 ‘필요에 따라 더’가 중요하다. 공정성을 단순히 모든 지역에 똑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것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교육과 생활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더 나은 지원을 제공해 출발선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실질적인 공정성에 가까울 수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학생들과 지방 학생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교육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동일한 금액을 배분하는 것만으로 지역 간 교육격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수도권에 비해 불리하다면 급식과 교육복지 영역에서만큼은 그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급식은 학생들이 매일 경험하는 가장 보편적인 교육복지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한 끼의 급식비 차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학생의 능력이나 노력과 관계없이 ‘어디에 사느냐’가 학교에서 누리는 기본적인 생활환경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이다.
한병도 의원은 “무상급식이 전국으로 확대된 지 오래되었지만 아이들의 식판 위에는 여전히 사는 지역에 따른 격차가 남아 있다”며 “좁혀지던 격차가 올해 초·중·고 모두에서 20% 넘게 다시 벌어진 것은 특히 뼈아픈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이 편성하는 기본 식품비만 놓고 보면 초등학교 기준 격차가 1,678원까지 벌어지고, 그 간극을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메우는 구조”라며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과 의지가 아이들의 한 끼를 가르는 또 다른 불평등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소멸과 인구감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방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도권 학생과 똑같은 조건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불리한 교육·생활환경을 보완해 지역에 산다는 이유가 아이들의 기회와 삶의 질을 낮추는 이유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역균형과 교육의 공정성을 논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