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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대전환위원회 출범식 모습 ©강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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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과 함께 대전환을 예고했지만, 집행부가 시의회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사실상 회기 직전에 제출하면서 의회의 예산심사권을 무시해 "이것이 대전환이냐?"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부시장 인선과 공무원 인사 등을 둘러싸고 의회 및 공무원노조와 잇따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시민의 세금으로 편성되는 추경예산안까지 졸속 제출 논란에 휩싸이면서 민형배 특별시장의 시정 운영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농수산위원회(위원장 류기준)는 지난 9일 열린 제1차 농수산위원회에서 집행부의 추경예산안 제출 과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추경예산안의 제출 시점이다. 집행부와 의회는 앞서 지난 8월 20일 의사일정을 사전 협의하고 9월 8일 개회와 함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개회를 하루 앞둔 9월 7일 오후 3시에야 추경안을 ‘긴급의안’으로 제출했다.
더 큰 문제는 의원들이 실제 예산안을 검토할 수 있는 자료가 개회 당일인 9월 8일에야 전달됐다는 점이다. 지방정부의 예산은 시장이나 집행부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시민이 낸 세금으로 편성된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예산심사는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예산 규모, 집행 가능성 등을 충분한 자료와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개회 당일 예산서를 전달받고 제대로 된 심사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농수산위원회의 판단이다.
류기준 농수산위원장은 “의원들에게 개회 당일 예산서를 전달해 놓고 언제 읽고, 분석하고, 자료를 요구해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라는 말이냐”며 “읽을 시간도,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는 것은 제대로 된 예산심사가 아니라 사실상 의회에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예산은 집행부의 돈이 아니라 시민의 세금”이라며 “의회를 무시하는 것은 시민의 대표기관을 무시하고 결국 시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집행부에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추경예산안 편성·확정·결재·의회 제출 과정에서 왜 제출이 지연됐는지에 대한 경위 규명,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집행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추경예산안 심사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수산위원회가 문제 삼은 것은 추경예산의 내용 자체가 아니다. 류 위원장은 “농수산위원회는 추경 자체나 농어민을 위한 예산 편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를 더욱 철저하게 심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착오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집행부와 의회, 공무원 조직 사이에서 소통과 협력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형배 시장의 부시장 인선을 둘러싸고도 의회와 집행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의회는 시민추천제 공모 분야와 현행 조례상 업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민 시장의 출석을 요구했고, 지난 8월 14일 운영위원회에서는 조례 위반 여부와 사과 문제를 놓고 민 시장과 의회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공무원 조직과의 관계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남지역본부는 지난 7일 민형배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공정한 인사와 노동존중 행정을 촉구했다. 노조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행정은 시민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을 수 없다며 직접적인 소통을 요구했다.
앞서 전공노 광주시지부 역시 민 시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직원의 반응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을 두고 회의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광주·무안·동부 등 3개 청사를 오가는 잦은 대면회의로 공무원들의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며 영상회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것도 요구했다.
이처럼 통합특별시 출범 두 달여 만에 인사와 조직 운영, 의회와의 관계, 공무원들과의 소통에 잇따라 문제가 제기되면서 민형배 시장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통합특별시는 기존 광주시와 전남도를 하나의 광역지방정부로 묶은 새로운 지방정부인 만큼 어느 때보다 의회와 집행부, 공직사회 간 협력과 조정이 중요하다.
민 시장 측은 통합특별시를 이끌면서 반도체와 AI 등 대형 국책사업 유치와 국비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민 시장은 최근 내년도 국비 13조9천9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통합의 힘을 국가 투자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방정부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 협치다. 시장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의회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공무원들이 행정 과정에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며, 노조와 집행부의 대화마저 원활하지 않다면 통합특별시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추경예산안 논란은 결국 ‘얼마의 예산을 편성했느냐’보다 ‘누구의 돈을 어떤 절차로 결정하고 집행할 것인가’라는 지방자치의 기본 원칙에 관한 문제다. 시민의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을 의회가 충분히 검토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집행부의 배려가 아니라 지방자치의 기본적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통합특별시가 출범 초기부터 ‘속도’를 강조한 나머지 의회와 공직사회와의 소통과 협치를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추경안 심사 보류 사태가 민형배 시장의 시정 운영 방식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