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립목포대학교와 전남 서남권에서는 평가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순천시는 부지 확보 등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자칫 이번 논란이 ‘목포대와 순천대 가운데 어느 쪽의 주장이 옳으냐’는 지역 간 갈등으로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더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평가란 무엇이며, 민주주의에서 평가의 공정성은 어떻게 담보돼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목포대가 문제를 제기한 핵심도 여기에 있다. 평가는 원칙적으로 평가 시점에 제출된 자료와 계획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가 끝난 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당시의 계획을 다른 기준으로 해석한다면, 평가 대상마다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부지 확보의 확실성’에 5점을 배점했다. 그렇다면 평가위원들은 평가 당시 각 대학이 제출한 계획을 통해 실제로 부지를 얼마나 확실하게 확보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 목포대의 주장이다.
목포대가 문제 삼는 것은 순천대가 제출한 계획서에 순천시 소유 부지를 무상 임대해 사용하고, 이미 부지를 확보해 타 후보 대학보다 부지 문제를 조기에 해결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후 해당 부지가 국립의대 설립에 필요한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보완 과정에서 국유지 확보 문제가 제기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목포대가 묻는 것은 단순하다. 평가 당시 법정 요건을 충족하는 부지가 확보되지 않았다면, ‘부지 확보의 확실성’이라는 평가항목에서 어떻게 그 계획을 다른 대학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평가 이후 부족한 부지를 보완해 개교 시점에 문제가 없도록 하면 된다는 논리라면, 이는 평가가 끝난 뒤 평가 대상의 계획을 수정해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평가의 생명은 결과 자체보다 동일한 기준을 모든 평가 대상에게 적용했다는 신뢰에 있다. 만약 어떤 대학은 제출 당시의 계획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다른 대학은 평가 이후 보완할 가능성까지 감안해 평가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점수의 문제가 아니다. 평가 기준과 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문제다.
특히 이번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평가자와 평가 대상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다. 평가 대상 대학조차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법령상의 부지 확보 요건을 평가위원들이 이미 알고 있었고, 이를 전제로 점수를 부여했다는 설명이 사실이라면 그 판단 과정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목포대가 통합특별시와 전남연구원에 평가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제출 자료의 허위 기재 또는 중대한 사실과 다른 기재’를 감점 사유로 정해놓고도 이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목포대의 부지 규모에 대한 주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목포대는 교육부 국유지 5만 평 가운데 즉시 활용 가능한 2만5천 평에 의과대학과 기숙사, 대학병원 등 주요 시설을 설치하고 확장성까지 고려해 충분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또한 실제 설계를 토대로 제작한 영상을 통해 심사위원들에게 계획을 설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지역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다. 평가위원들이 어떤 자료를 보고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국립의대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36년 동안 목포와 목포대학교가 요구해 온 서남권 의대 설립의 역사가 있고, 뒤늦게 다른 지역에서도 의대 설립 요구가 제기됐다. 그 과정에서 어느 지역의 공이 더 크냐를 떠나,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노력과 실제 역량이 평가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시민들이 묻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평가체계에서는 이러한 역사와 선행 노력 자체가 평가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심사위원이 이를 평가할 방법도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주의의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평가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을 평가항목으로 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순간 이미 평가자의 가치판단이 개입된다.
무엇을 평가하고 무엇을 평가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한은 막강하다. 평가항목에서 제외된 것은 아무리 중요한 가치라도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반대로 평가자가 선택한 항목은 배점이라는 숫자를 통해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평가의 공정성은 단순히 심사위원이 공정했느냐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 결정하는 단계부터 공정해야 한다.
이번 국립의대 평가 논란은 바로 이 원칙을 우리 사회에 다시 묻고 있다. 목포대가 제기한 부지 문제에 대해 통합특별시와 순천시가 반박하는 것으로 논란을 끝낼 것이 아니라, 평가 당시 제출된 자료와 평가기준, 배점 근거, 심사위원의 판단 과정이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어느 지역의 주장이 옳은지를 넘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평가를 공정한 평가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국립의대 하나를 어느 지역에 설치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이번 사안은 민주주의에서 평가권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평가자는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동일한 기준으로 사실을 판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기준 자체가 공정했는지 시민이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국립의대 평가 논란에서 우리가 끝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