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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촛불, 목포 평화광장에서 다시 타올랐다
36년 기다린 전남서남권의 국립의대 꿈…부실심사 논란에 시민들 “공정한 재평가”를 요구하다
기사입력: 2026/09/08 [10:06]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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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7일 목포 평화광장에 전남서남권 시민들이 국립의대 부실 평가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다(출처-윤소하 전 국회의원 SNS)


지난 7일 밤, 전남 목포 평화광장에 다시 촛불이 밝혀졌다.

 

그 촛불은 단순한 분노의 불빛이 아니었다. 지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서울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의 촛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이제 전남서남권의 절박한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다시 하나씩 불을 밝힌 것이다.

 

이날 평화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목포시민만이 아니었다. 목포를 비롯해 전남서남권 곳곳에서 모인 주민들이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목포대학교가 국립의대 후보 대학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단순한 항의가 아니었다. 순천대학교를 배제하자는 주장도 아니었다.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잘못된 심사였다면 다시 심사하라.”

지역의 이익을 챙겨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절차적 공정성과 결과의 공정성을 지켜달라는 요구다.

 

이번 국립의대 선정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의대와 대학병원 부지 확보 여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다.

과연 이번 국립의대 후보 대학 선정 과정 자체가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공정했는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국립의대 후보 대학 선정을 전남연구원에 맡겼고, 전남연구원은 목포대와 순천대의 준비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을 구성했다.

 

문제는 심사의 공정성과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졌느냐는 데 있다. 특히 발표를 불과 얼마 앞둔 시점까지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충분한 검토와 검증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전남연구원 역시 당시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과가 발표된 뒤 시민들이 더욱 의문을 갖게 된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국립의대를 평가했느냐는 점이다.

 

전남연구원이 제시한 평가항목은 ▲의대 신설 추진체계 ▲의대 교육시설 확보계획 ▲교육병원 확보계획 ▲의대 교원 확보계획 ▲의대·교육병원의 역할과 책임 등이었다.

 

물론 의과대학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국립의대 설립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의료진을 위한 의대인가? 아니면 주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대인가?

 

국립의대 설립 필요성을 판단한다면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 응급환자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 도달하는 시간, 중증·응급환자 이송체계, 권역별 의료격차 해소 효과, 기존 의료 인프라와의 연계성 등이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난 36년 동안 전남서남권 주민들이 국립의대를 요구해 온 이유다.

전남서남권 주민들이 원한 것은 의사 몇 명을 더 배출하는 대학이 아니었다.

아파도 갈 병원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했던 주민들의 현실을 바꾸는 국립의대였다.

 

응급환자를 싣고 광주와 수도권을 바라봐야 했던 가족들의 불안을 없애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단순히 어느 대학이 의대 부지를 확보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를 위해 국립의대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더구나 부지 확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법적 책임 여부까지 따져야 할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제기된 주장 가운데 하나는 순천대의 의대·대학병원 부지 확보와 관련한 제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며, 이를 토대로 심사 과정에서 부지 확보 항목의 점수가 부여됐다면 심사 결과의 적정성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제출 자료에 고의적인 허위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것이 심사기관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여 실제 공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된다면, 형법 제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문제될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형법 제137조는 위계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 역시 허위 자료 제출이 실제로 담당자의 오인·착각을 일으켜 직무집행을 방해했는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특정 대학에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다른 대학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역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평가 결과가 부당하거나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과 그 남용 여부, 구체적인 권리 침해 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자료를 공개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심사위원은 어떻게 선정됐는지, 각 대학은 어떤 자료를 제출했는지, 부지 확보 여부는 어떻게 검증했는지, 동일한 사실에 대해 왜 서로 다른 점수가 부여됐는지를 시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행정의 출발점이다. 목포 평화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도 바로 그것이다. 지난 36년 동안 전남서남권 주민들이 국립의대 설립을 위해 흘린 땀과 기다림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목포대학교가 지난 세월 동안 준비해 온 의대 설립 계획을 동일한 기준과 동일한 잣대로 다시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결과를 미리 정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목포대를 무조건 선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공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제도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 결과가 공정한 절차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기에 이번 국립의대 선정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포냐 순천이냐가 아니다. 공정했느냐?, 공정하지 않았느냐? 이다.

 

7일 밤 목포 평화광장에 밝혀진 촛불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 촛불에는 지난 36년의 기다림이 있었고, 자녀와 부모의 생명을 걱정했던 가족들의 마음이 있었으며, 의료취약지역이라는 현실을 견뎌온 전남서남권 주민들의 서러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촛불의 방향은 이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민형배 통합시장에게 향하고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변명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시간을 끌며 논란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고, 공정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면 책임 있게 답하라는 것이다.

 

민형배 통합시장이 답해야 한다. 전남서남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공정한 절차에 대한 약속, 투명한 검증, 그리고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평가다.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면, 목포 평화광장의 촛불은 이제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36년을 기다린 시민의 목소리를 행정은 정말 듣고 있는가?” 

 

이제 민형배 시장이 그 질문에 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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