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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국립의대 공정성 논란에 대한 5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 후 재심을 요구하는 목포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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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국립의과대학 신설 후보대학 추천 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목포시민들의 재심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목포 정치권도 정치 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이에 반응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남권 정·관·학계와 지역민 300여 명은 5일 청와대 앞에 집결해 전남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추천 과정에서 제기된 부실·불공정 심사 의혹을 규명하고, 후보대학 추천안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36년 동안 서남권 주민들이 요구해 온 국립의대·병원 신설이 지역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걸린 중대한 국가사업인 만큼 무엇보다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심사와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원이 국회의원, 강성휘 목포시장, 이형완 목포시의회 의장, 박용식 의대유치 특별위원장을 비롯해 통합시의회 의원과 목포시의원, 목포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김원이 국회의원과 강성휘 목포시장, 이형완 의장, 박용식 위원장 등 12명은 삭발까지 단행했다.
국립의대 유치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절박함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정치권과 학계, 시민들이 스스로 머리를 깎은 것이다.
특히 이번 행보는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불과 하루 만에 청와대까지 찾아가 재검토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국립의대 유치 과정에서 지역민의 요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목포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무엇보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건립에 필요한 부지를 두 대학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 제시했는데도 심사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했느냐는 데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발표한 심사 결과 순천대는 89.15점, 목포대는 87.85점을 받아 불과 1.30점 차이로 순천대가 후보대학으로 추천됐다. 목포대와 지역사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부지 확보의 실질적 차이다.
목포대는 국유지를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이미 확보한 반면, 순천대는 순천시 소유 토지를 활용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목포대 측은 이러한 차이가 있음에도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된 것은 심사기준의 적용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대학이 교육·연구활동에 필요한 교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시유지를 국립대가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단순히 '무상 임대 협약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당 토지가 법령상 교지로 인정될 수 있는지, 사용권의 법적 성격은 무엇인지, 그 토지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라는 영구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13조는 지방자치단체장 외의 자가 공유재산에 건물 등 영구시설물을 축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법령상 예외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에서도 순천시가 제공하려는 토지의 법적 성격과 순천대의 사용권, 건축 가능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법률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느냐는 것이다. 만약 심사기준에서 요구하는 '부지 확보'가 심사 당시 실제로 대학이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권원을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면, 이미 사용 가능한 부지를 확보한 대학과 향후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제공받겠다는 대학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가령 부지 확보 항목이 5점 만점이라면, 실질적으로 확보된 부지와 단순 협약 또는 향후 제공계획을 동일하게 5점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확보 정도에 따라 객관적인 차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목포대와 지역사회의 주장이다.
실제로 목포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러한 부지 및 교원 확보계획 등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전남연구원이 마련한 운영방안에는 심사위원 8명을 5개 전문영역에 균형 배치하고 의료시설 설계·건축 전문가 2명을 위촉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실제 심사위원 가운데 해당 전문가가 없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목포시 역시 공식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의대 부지 관련 법률 및 행정절차를 누가 심사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단순한 판단 착오인지, 아니면 심사기준을 알고도 특정 대학에 유리하게 적용한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순천대가 제출한 자료의 부지 확보 표현이 실제 법적 권원보다 앞서 작성된 것이라면, 해당 자료가 심사위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역시 확인해야 한다. 고의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시해 심사위원들의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수사기관이 검토할 사안이다.
또 심사위원들이 부지 확보의 법적 문제와 두 대학의 객관적인 조건 차이를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심사기준과 다른 방식으로 점수를 부여했다면, 단순한 평가재량을 넘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법적 책임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형사책임은 현재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정치적 단정이 아니라 심사위원 8명의 개별 평가표와 심사기준, 양 대학의 제출자료, 부지 관련 협약서 및 법률검토 자료를 모두 공개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의 대학을 무조건 선정해야 하느냐가 아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한 대학과 아직 충족하지 못한 대학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심사위원들이 동일한 사실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최종 선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목포대학교는 지난 3일 후보대학 선정·추천 처분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에 나섰고, 4일에는 교육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시민사회 역시 심사위원 8명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지역 간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자료와 평가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기된 법률적·절차적 의혹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적법하고 공정한 심사였다면 재검증을 통해 그 정당성을 확인하면 된다. 반대로 심사기준의 적용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국립의대는 어느 한 지역의 정치적 전리품이 아니다.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질 국가 의료체계의 핵심 인프라다.
그렇기에 잘못된 심사를 바로잡는 것이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국립의대 설립의 정당성을 지키는 길이다.
36년을 기다려온 서남권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도 특정 대학의 승리가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심사,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이번 국회 방문에 이어 청와대 앞에서 삭발까지 감행한 목포 정치권의 행보가 늦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뒤늦게나마 제대로 듣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정부가 지역민의 절박한 호소에 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말이 아니라 투명한 자료 공개와 객관적인 재검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