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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건,사고
“3급 공무원 뇌물·특혜”…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이번 기회에 업무 전반 감찰해야
국가 어선정책사업 자격요건까지 바꿔 업체에 특혜…저금리 대출 97억 원 규모
단순 개인 비리 넘어 ‘공직자-업체 유착’ 의혹…과거 담당 업무까지 전면 점검해야
기사입력: 2026/09/02 [23:11]   ⓒ wid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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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근

▲ 항구에 방치된 선박(참조 사진)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어선 정책사업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산하기관 고위공무원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입찰 자격요건까지 변경해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해경 수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순히 공무원 개인의 뇌물수수에 그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자가 사업 참여 자격이 되지 않는 업체가 국가 정책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업체는 이를 이용해 수억 원의 저금리 정책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국가 어선 정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특혜를 제공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산하기관 고위공무원 A씨(3급)와 업체 대표 등 7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적발하고, 이 가운데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서해해경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저선령 감척어선 활용 사업과 노후어선 대체 건조사업을 추진하면서 당초 사업 참여 자격이 없었던 여수 소재 수산업체 대표 B씨와 목포 소재 조선소 대표 C씨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입찰 공고의 자격요건을 변경·완화해 이들이 사업을 낙찰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와 C씨는 완화된 자격요건에 맞춰 지인 D씨의 명의를 빌려 입찰에 참여했고, 수의계약을 통해 국가 정책사업의 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들은 입찰 참여를 위해 D씨 명의로 7억 원을 부당하게 저금리로 대출받아 선령 36년의 노후어선을 매입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2025년에도 A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자신들이 소유한 또 다른 어선들이 노후어선 대체 건조사업 등 추가 국가 정책사업 대상에 선정되도록 특혜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 수사 결과 이 과정에서 이들이 받은 저금리 대출 규모는 약 9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공직자의 직무상 권한과 업체의 경제적 이익이 결합했다는 점이다.

 

사업 대상자를 선정하고 자격요건을 정하는 공직자가 사업 참여가 어려운 업체의 진입 조건을 완화하고, 그 결과 업체가 국가 정책자금을 지원받았다면 이는 단순한 뇌물수수 사건을 넘어 국가 정책사업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문제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정책자금이 본래 정책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사업 대상자 선정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서해해경청 광역수사대는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어선 정책사업에서 불법적인 특혜가 제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업체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해 범죄 공모 관계를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이번 수사 결과를 관계기관에 통보해 부당하게 체결된 계약을 취소하고 불법 수익금을 환수하는 등 행정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문제는 여기서 수사를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3급 국장급 고위공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공무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업무를 맡기 전후 어떤 정책사업을 담당했으며, 그 과정에서 유사한 특혜나 이해관계 충돌이 없었는지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수사에서 확인된 혐의를 넘어 다른 비위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고위공직자와 업체 간 유착이 확인된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기관과 관련 사업에 대한 내부 감찰을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특히 어선 감척과 노후어선 대체 건조사업처럼 폐선과 신조 과정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사업 대상자 선정부터 정책자금 지원, 계약 체결, 선박 매입 및 건조 과정까지 이해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특정 공무원과 몇몇 업체의 개인적 일탈로만 규정하고 마무리한다면 같은 유형의 문제가 다른 사업에서 반복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해경 수사에 그치지 말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업무뿐 아니라 해당 고위공직자가 그동안 담당했던 국가·지방 정책사업 전반에 대해 자체 감찰 또는 독립적인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사원 등 외부 감사기관을 통한 객관적인 점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정책사업은 공직자의 개인적 판단이나 특정 업체와의 관계에 따라 참여 자격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특히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가 요구된다.

 

이번 사건은 공직사회 내부의 작은 일탈이 아니라 국가 예산과 정책사업의 공정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이번 사건을 단순한 뇌물 사건으로 축소하지 않고, 이를 계기로 산하기관의 사업 추진 과정과 고위공직자의 과거 업무까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본다면 오히려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수사는 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지만, 행정의 감찰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전남도가 보여줘야 할 것은 ‘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만이 아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정책사업이 누구에 의해,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집행됐는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뇌물 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공직사회 전체의 부패 가능성을 차단하는 계기로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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