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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시의회가 2일 국립의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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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목포대학교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국립 의과대학 신설 후보대학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전남 서남권 주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36년 동안 국립의대 설립을 요구해 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정작 결정 과정에서는 배제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목포시의회(의장 이형완)는 2일 소회의실에서 ‘국립의대 후보대학 선정 과정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고, 평가 기준과 배점, 대학별 채점표, 평가 결과 및 최종 선정 근거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시의회는 “36년 동안 국립의대 설립을 염원해 온 목포와 전남 서남권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이번 결정에 충분히 반영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졸속 심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평가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에게 국립의대 공모와 선정 과정에 대한 책임 있는 해명과 채점표 공개를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전달하고, 48시간 이내 요구사항을 수용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립의대 공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감사원 공익감사청구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항의 집회 등 공동 대응도 추진할 예정이다.
목포시의회는 이날 입장문 발표를 시작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청사 앞 1인 릴레이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며 선정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공정한 검증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국립의대는 하루아침에 결정된 현안이 아니다. 목포와 전남 서남권이 36년 동안 추진해 온 지역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정작 결과가 발표되고 주민들의 분노가 거세진 뒤에야 정치권과 지방의회가 평가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국립의대 유치를 위해 그동안 정치권과 행정이 평가위원 구성과 평가기준, 지역 주민의 의견 반영 여부 등을 얼마나 치밀하게 검증하고 대응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결과가 나온 뒤 채점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36년 동안의 주민 염원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물어야 할 것은 ‘누가 국립의대를 결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국립의대는 특정 대학이나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 의대와 대학병원을 설립할 것인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의료서비스, 지역경제와 정주 여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공공정책이다.
그렇다면 결정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평가만으로 끝내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판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문가가 주민을 대신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과 주민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 숙의해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중요한 국책사업을 놓고 시민의 숙의와 판단을 정책 결정에 반영한 경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둘러싼 공론화였다.
당시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참여단이 전문가들의 설명과 자료를 통해 쟁점을 학습한 뒤 숙의와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리도록 했다. 핵심은 전문가와 시민의 역할을 바꾼 것이 아니었다. 전문가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최종적인 판단은 주권자인 시민이 내리도록 한 것이다.
전남 국립의대 문제 역시 이제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평가위원과 평가항목을 둘러싼 의혹을 단순히 정치권과 행정기관 사이의 공방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평가 과정과 기준을 주민 앞에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설명과 검증을 거쳐 주민들이 충분히 숙의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목포를 비롯한 전남 서남권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고, 양 대학의 장단점과 의료인력 배치, 대학병원 설립 가능성, 지역 의료환경, 접근성, 경제적 파급효과 등 주요 쟁점을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이 직접 판단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심의민주주의이며 시민의회가 지향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다.
이러한 절차가 마련된다면 정치권에도 오히려 길이 열린다. 정치인들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줬다는 정치적 책임을 떠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설명과 주민의 숙의를 거쳐 나온 주권자의 결정을 따르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역시 ‘이미 결정된 사안이므로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번 결정에 대한 주민들의 의문을 해소하고 통합특별시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평가위원 구성과 평가항목, 평가방식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 절차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목포시의회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같은 요구가 제기된다. 이제는 탈락 이후의 항의보다 탈락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를 시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지금이라도 단순한 채점표 공개 요구에 머물지 말고 ‘주민이 참여하는 국립의대 재평가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공식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36년의 염원이 걸린 문제를 또다시 정치인과 전문가 몇 사람의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전남 국립의대는 전문가가 결정하고 주민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가가 설명하고 주민이 숙의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다시 논의돼야 한다.
그것이 이번 국립의대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권과 행정이 시민들에게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의 승패를 넘어 주권자인 주민이 자신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목포시의회의 채점표 공개 요구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개를 넘어 주민 숙의와 참여를 통한 재평가다.
36년을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가 실제 결정에 반영되는 민주주의의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