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수준 높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도시의 공연장을 찾아야 하고, 문화예술은 대도시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안군 청계면의 작은 농촌마을인 구로마을은 지난 8년 동안 이러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깨뜨려 왔다.
주민 153명으로 시작한 작은 마을 음악회가 이제는 500여 명이 찾는 지역 대표 문화행사로 성장했다. 문화가 사람을 찾아오는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구로마을회(이장 정래영)가 주최하고 구로마을개발위원회와 구로마을153열린음악회조직위원회(위원장 김종수)가 주관한 '제8회 구로마을 153열린음악회'가 지난 21일 오후 7시 청계면 구로마을 행복정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한여름 밤 사랑과 추억이 가득한 마을음악회'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주민과 방문객 등 500여 명이 함께하며 한여름 밤을 아름다운 선율과 따뜻한 정으로 채웠다.
구로마을 153열린음악회는 2016년 구로중앙교회 김종수 담임목사가 주민 화합과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자는 뜻으로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음악회 이름에 담긴 '153'도 특별하다. 당시 마을의 실거주 주민 수가 153명이었던 데서 이름을 붙였고, 마을 이름인 '구로(九老)'의 '구(九)'와 153의 숫자를 모두 더하면 9가 된다는 상징성까지 담아 공동체의 화합을 기원했다.
그로부터 8년. 처음에는 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작은 마을행사였지만 지금은 무안을 대표하는 문화행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마을의 실거주 인구도 현재 약 173명으로 늘어나며 공동체에도 새로운 활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문화가 마을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이번 음악회는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로 꾸며졌다. 1부에서는 푸른솔어린이집 원아들의 율동 공연을 시작으로 청계초등학교 오케스트라, 너나들이마을학교 가야금 연주, 토브마을학교 썬샤인 공연 등이 이어지며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갈고닦은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2부에서는 테너 최승원, 소프라노 박성경, 판소리 김송 등 전문 음악인들이 무대에 올라 농촌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이어진 경품 추첨은 주민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기는 축제의 분위기를 더했다.
정래영 구로마을 이장은 "이번 음악회가 주민들에게 한여름 밤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주민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기며 하나 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승헌 청계면장도 "153열린음악회가 어느덧 8회를 맞으며 구로마을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세대와 이웃이 함께 노래하고 감동을 나누는 화합의 무대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음악회는 무안군과 무안교육지원청, 구로마을회, 구로중앙교회, 구로마을행복학교 등이 함께 힘을 모아 마련했다.
문화는 도시의 특권이 아니다. 구로마을 153열린음악회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공연 횟수에 있지 않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에서도 주민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아이들과 어르신, 전문 예술인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8년 동안 증명해 왔다는 데 있다.
농촌에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장 큰 과제로 꼽히지만, 문화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함께 노래를 듣고, 아이들의 공연에 박수를 보내며, 이웃과 웃음을 나누는 경험은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
구로마을의 사례는 거창한 예산이나 대형 공연장이 없어도 주민들의 의지와 지역사회의 협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속 가능한 문화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53명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음악회는 이제 500여 명이 함께하는 지역 축제로 성장했다. 그 여정은 단순히 공연 하나를 이어온 기록이 아니라, 농촌도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써 내려온 8년의 역사다.
이 작은 무대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더 많은 농촌마을이 문화로 서로를 연결하고, 문화적 격차를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소중한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